[단독] 후오비코리아, 후오비 떼고 韓거래소 '마이웨이' 걷는다

위기의 모기업 '후오비 글로벌'과 선긋기
지분 매입·사명 변경으로 '국내 거래소' 이미지 확립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후오비 코리아'가 모기업 '후오비 글로벌'과의 관계 정리에 나선다. '후오비'라는 사명을 변경하고 지분을 매입하는 등 국내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 후오비코리아는 후오비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입하고 사명을 변경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사내 직원 및 안팎에 새로운 사명에 대한 공모를 진행한 후, 의견 수렴을 거쳐 사명을 확정할 방침이다.

후오비글로벌과의 지분관계도 정리한다. 기존 후오비코리아의 지분 과반 이상은 후오비글로벌의 창업자인 리린(LiLin)이 보유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조국봉 후오비코리아 의장, 한국토지신탁 등이 주요 주주로 꼽힌다. 조국봉 의장이 리린 창업자의 지분을 인수, 후오비코리아 전체 지분 중 약 72% 안팎의 지분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조 의장은 업계에서 대규모 가상자산(가상화폐) 채굴장을 보유한 인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사명 변경·지분 매입의 행보에 대해 '후오비글로벌과의 선긋기'로 풀이했다. 후오비글로벌은 바이낸스, FTX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다. 중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엔지니어 출신인 리린이 2013년 설립했다.

후오비글로벌은 최근 준비금 증명(POR)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급격히 위기를 맞았다. 후오비코리아가 후오비글로벌과의 선긋기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FTX가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을 맞았고, 이로 인한 고객들의 자금 반출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금 증명(POR)이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후오비글로벌 또한 지난해 12월 약 30억 달러 규모의 준비금 규모를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준비금의 43.3%가 자기발행코인인 후오비토큰(HT)이라는 점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후오비글로벌이 유사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자금의 대부분이 자기발행코인이라는 점에서 지급불능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장 침체에 최근 전 직원의 20% 감원 계획까지 밝히면서 후오비글로벌의 신뢰도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 일주일 간 9420만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하기도 했다.

후오비코리아는 수차례 후오비글로벌의 행보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됐다. 앞서 2021년 후오비코리아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본사(후오비글로벌)의 법인 소재지 변경 문제로 5개월간 거래를 중단했다. 사명 변경과 지분 매입은 후오비글로벌에서 문제가 이어지는 만큼 고리를 끊어내고 한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길을 걷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후오비코리아의 경우 외국계 거래소, 특히 '중국 거래소'라는 이미지로 골머리를 앓아왔다"라며 "부산시 디지털자산거래소 구축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국내 사업에 참여하고, 금융권과 실명계좌 협약을 진행하는만큼 안전한 '국내 거래소'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