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섹스박스' 뚜껑 열어보니…무엇이 문제?
- 박승주 인턴기자, 김종욱 인턴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김종욱 인턴기자 = 영국 방송사 채널4(Channel4) '섹스 박스'(Sex Box) © News1
</figure>실제 커플이 출연해 방송 도중 성관계를 맺은 다음 상담을 받는다는 내용의 영국 프로그램 '섹스 박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의 방송사 '채널4'에서 '섹스 박스(Sex Box)'란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섹스 박스'는 영국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분석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스튜디오 안에 '섹스 박스'라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방송 중 남녀가 성행위를 나눈다는 점이다. 성관계가 끝난 후 '섹스 박스'에서 나온 커플들은 전문가들과 성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와 논란이 된 '섹스 박스'를 직접 보기로 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대단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봤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비디오는커녕 오디오를 통해서도 그 어떤 충격도 느낄 수 없었다. 오로지 '섹스 박스'의 색상만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뀔 뿐이었다. 입장과 퇴장만 존재하는 '섹스 박스'. 그래서 오히려 방송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처음 이 박스를 이용한 커플은 20대의 딘과 레이첼로 방송은 사전 녹화됐다. 딘, 레이첼 커플은 박스 안에서 35분 동안 성관계를 가진 후 스튜디오로 나와 성(性) 칼럼니스트, 심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네 명의 MC와 이야기를 나눴다.
MC들은 커플에게 "기분이 어땠나", "즐거웠나", "어떤 종류의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나", "좋은 섹스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했고 딘과 레이첼은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이날 방송된 '섹스 박스'에는 딘, 레이첼 커플 외에도 동성애 커플, 장애인 커플 등이 출연했다.
'섹스박스'는 방송 전후 큰 논란에 휩싸였다.
첫째는 그 '선정성'에 있다. 아무리 생생함을 강조한 토크쇼라지만 스튜디오에서 성행위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란 의견이 많다. 영국 사회에서도 "성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방송 중에 성관계를 갖는 상황을 꼭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성인용 방송이라도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사실 스튜디오에서 실제 커플이 성행위를 한단 점에서 논란이 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보통 사람들의 실제 성생활'에 관한 토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35분간 이용 가능한 호텔식 '섹스 박스'가 과연 정말로 '평범한' 섹스 환경을 보장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딘과 레이첼 커플도 자신들이 평소 사랑을 나눴던 환경과 "다르다"고 답했다.
물론 '섹스 박스' 제작진의 기획의도는 좋았다. '섹스 박스'는 채널4 '리얼 섹스' 캠페인의 일환이다. '리얼 섹스'는 포르노 소비의 엄청난 증가가 어떻게 사람들의 성 관념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영국인들의 성생활을 망쳐놓는지를 탐구함으로써 포르노에게 빼앗긴 섹스를 되찾기 위해 계획된 프로그램이다.
포르노 중독에 빠진 사람의 뇌 반응 구조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의 뇌 반응 구조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케임브리지 대학 벨러리 본 박사의 연구 결과가 있듯 포르노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섹스 박스'는 이같은 점에서 포르노를 지양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해야한다는 취지에서 나쁘지 않다.
또한 대다수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렵거나 창피하게 생각하고, 아주 극소수만 섹스에 대해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것도 의미있는 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나 취지는 좋았지만 꼭 '섹스 박스'여야 했나는 점에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evebel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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