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판치는 캐나다 가이드견, 불편은 애꿎은 장애인들의 몫[통신One]
훈련되지 않은 개들, 가이드 견으로 오인당하는 사례 60% 급증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최근 캐나다에서는 훈련되지 않은 '가이드 견' 문제가 공공장소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훈련견으로 등록되지 않은 반려견들이 식당과 상점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 들어가면서 자격을 갖춘 가이드 견이 오해를 받아 입장이 거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여파로 시각 장애인들의 시설 이용이 차질을 빚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시각 장애인 협회(Canadian Guide Dogs for the Blind)와 같은 기관이 가이드 견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강아지들이 생후 약 8주가 되면 "퍼피 워커"라는 위탁 가정에 맡겨져 여러 환경에서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이 강아지들은 주로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처음엔 조용한 주거 지역에서 훈련을 시작해 점차 레스토랑·쇼핑몰·대중교통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 사회화 훈련을 이어나간다.
강아지가 약 18개월이 되면 캐나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 국립 훈련 센터로 이동해 5~8개월 동안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이 훈련에서 강아지는 주인의 명령에 반응하도록 교육되며, 신호등을 직접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순간에 '앞으로', '좌회전', '우회전' 같은 명령을 수행하도록 훈련된다.
가이드 견은 주로 주인이 왼손에 쥐고 있는 하네스와 손잡이로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캐나다 시각 장애인 협회에서 훈련된 가이드 견들은 흰색 하네스를 착용한다.
이 제도는 장애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적 보호를 보장한다. 캐나다는 모든 주에서는 가이드 견 사용자에게 공공장소 접근 권리를 보장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으며, 가이드 견 사용자에게 특별한 조건이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보호 덕분에 시각 장애인들은 공공장소를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훈련되지 않은 개들이 '가이드 견'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장소에 들어가면서, 실제로 필요한 가이드 견들이 오해를 받거나 입장이 거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시각 장애인과 같은 가이드 견 사용자들에게 큰 불이익을 주고, 공공장소 접근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훈련되지 않은 개들이 공공장소에서 짖거나 뛰어다니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임에 따라 사업주 입장에서도 어떤 개를 들여보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심각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위안을 위해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격이 없는 개들이 '가이드 견'으로 인정받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제도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법상, 누구나 개를 '가이드 견'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인증 절차나 훈련 요구 사항이 부족하다. 따라서 법적으로 훈련된 가이드 견과 그렇지 않은 개를 구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하며, 사업주들에게 훈련되지 않은 개들의 입장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분명히 부여해야 한다.
법 개정은 훈련되지 않은 '가짜 가이드견'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의 행동 기준에 대한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공공장소에서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개에 대해 사업주들이 입장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명확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이드 견 문제는 단순한 법정 제재를 넘어,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깊은 의미가 있다.
지역 사회의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가이드 견과 훈련되지 않은 개를 구별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관련 법규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이드 견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훈련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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