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임기 끝까지 봉사할 것"…이사직은 즉답 회피

재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인 베센트 "그림자 의장" 발언 관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이 의장으로서 임기가 만료되어도 이사로서 잔류할지에 즉답을 피했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준 의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이사로 남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의장 임기를 다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확실히 의장 임기 끝까지 봉사할 것"이라며 "그것이 결정한 전부이고 생각하고 있는 전부"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의장으로서 임기는 2026년 5월 끝나지만 연준 이사로서 임기는 2028년 1월 종료된다.

연준 의장들은 임기가 끝나면 이사 임기가 남아도 통상 그만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으로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파월이 연준 이사로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파월이 의장 임기가 끝나도 이사로 남는다면 70년 넘게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연준 의장임기가 끝난 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한 전임자는 마리너 에클스로 그는 1948년 1월 의장에서 물러났지만 1951년 7월까지 이사직을 고수했다.

이번 이슈는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첫번째 집권기에도 자신이 임명한 파월을 해고하겠다고 자주 언급했었고 이번 선거 유세동안 금리에 대한 대통령 발언권까지 발언했다.

트럼프 2기에서 주요 경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파월 의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훨씬 전에 파월 후임을 확정할 것을 트럼프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아이디어는 트럼프가 재무장관직으로 고려하는 스콧 베센트가 지난달 투자전문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언급됐다.

베센트는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빨리 후임을 지명해 그림자 연준 의장을 만들 수 있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라는 개념에서 아무도 파월의 말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센트의 아이디어는 "남은 임기 동안 파월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후임자가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통화정책을 옹호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트럼프가 파월 후임을 지금 지명하면 후임자는 거의 1년 반 동안 이른바 '그림자' 연준 의장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면 현재의 금융시장은 미래 권력으로 상징되는 그림자 의장의 발언에 더욱 집중하고 의장으로서 파월의 입김이 시장에 작용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

베센트는 배런스와 인터뷰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는 그림자 연준의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이상 추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그림자 연준 의장에 대한 아이디어는 앞으로 계속 제기될 수 있다. 규범을 어기는 트럼프의 성향과 그가 대통령 첫 임기 동안 의장으로 임명했던 파월을 줄기차게 해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이력을 감안하면 그림자 의장이라는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트럼프의 머릿속을 맴돌 수 있다.

통상 미국에서 연준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3~4개월 전에 대통령은 후임자를 지명하거나 현 의장을 재지명하는 경향이 있다. 상원 인준 절차가 3~4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사이 현직 의장의 권한이 크게 위축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일례로 트럼프는 2017년 11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의 첫번째 임기가 만료되기 3개월 전에 파월을 옐런의 후임자로 지명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역시 2021년 11월 파월을 비슷한 방식으로 지명했다.

한편 트럼프가 채울 수 있는 다음 연준 이사의 공석은 바이든이 지명한 아드리아나 쿠글러로 쿠글러는 2023년 9월 임기가 시작돼 2026년 1월 끝난다.

로이터에 따르면 쿠글러는 이날 우루과이의 한 행사 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연준 독립성에 관한 주제에 할애했다. 쿠글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좋은 정책과 좋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 기본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경제 연구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