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김없는 제야의 종, 차분한 보신각…담담하게 맞은 새해

'무안 제주항공 참사' 직후 축소된 행사…예년보다 적은 인파
공연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새해 소망 빌어…"나라 안정됐으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보신각 뒤로 30m크기의 태양 조형물이 떠오르고 있다. 이번 타종행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축소 진행됐다. (공동취재)2025.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0, 9, 8…3, 2, 1"

(서울=뉴스1) 이기범 홍유진 기자 = 을사년 첫날인 2025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새해를 맞는 종이 어김없이 울렸다. 보신각 옆에 설치된 화면 속 숫자가 '0'을 가리키자 시민들은 목소리 높인 환호성 대신 작은 탄성과 함께 조용히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4일까지 이어지는 애도 기간에 따라 새해맞이 행사도 최대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보신각에서도 예년보다 적은 수의 시민들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했다. 타종행사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을 곁들인 사전 공연 없이, 차분함을 유지했다.

타종식이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애도 기간에 따라 공연을 빼고 엄숙하게 진행한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찾은 한 시민이 보신각과 태양 조형물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타종행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축소 진행됐다. 2025.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 모 씨(50·여)는 "거의 매년 제야의 종 행사를 찾는데 이번에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며 "원래 노래도 나오고, 사람도 엄청 많고, 폭죽도 터지고, 다 같이 함성을 지르고 그런 분위기를 느끼려고 오는데 오늘은 굉장히 차분하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2025년에는 우리 가족 건강과 정의로운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는 새해 소원은 작년과 똑같았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엔 최대 10만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신각 앞에 모인 시민들의 규모는 경찰이 친 통제선까지 미치지 못했다. 보신각 건물 바로 인근에만 시민들이 모인 수준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친 탓이다.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1953년부터 70년 넘게 이어진 대표적인 연말 행사는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보신각 뒤로 30m크기의 태양 조형물이 떠오르고 있다. 이번 타종행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축소 진행됐다. 2025.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아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장 모 씨(65·남)는 "일단 나라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 경제도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뭐든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경남 지역에서 온 강 모 씨(28·남)는 "처음 와봤는데 아무래도 애도 기간이라 차분한 분위기인 거 같다"며 "내년에는 순탄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제발 환율 좀 떨어져서 여행 가고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앞서 서울시는 예정됐던 '제야의 종 타종행사'의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하고, 타종식을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타종행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등 정치인을 제외한 민간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