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배트맨' 틀어준 중고 TV 판매자…집에서 보니 화면 얼룩덜룩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자에게 속아 고장 난 TV를 산 구매자가 속상함을 토로했다.
2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연을 제보한 A 씨는 부산에 살고 있는 40대 남성으로,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48인치 TV를 찾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판매자 B 씨와 18만 원에 거래하기로 한 A 씨는 당일 바로 약속을 잡고 B 씨의 집으로 갔다.
A 씨가 찾아가자, 판매자 B 씨는 TV를 현관 밖 복도에 내놓은 상태였다. B 씨는 현관문을 조금 열어둔 상태에서 전선을 집 안쪽으로 연결해 TV를 켜서 잘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B 씨는 USB에 담아둔 영화를 보여줬는데, 당시 화면에서는 영화 '배트맨'이 흘러나왔다.
B 씨는 "TV 잘 나오는 거 확인하셨죠?"라고 물었고, A 씨는 판매자가 굳이 복도에서 선을 연결해 TV를 틀어주는 게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겠다"고 하고 18만 원을 송금한 후 TV를 가져왔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A 씨는 집에서 TV를 켜보고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TV를 설치하려고 화면을 켜자, 네트워크를 설정하는 하얀 화면이 나왔는데 곳곳이 얼룩덜룩했다. 알고 보니 해당 TV는 백라이트, 즉 발광체가 고장 나 화면이 까매진 상태였다.
B 씨는 이를 알고 판 것이 분명했다. 선을 꺼내 어두운 복도에서 TV를 튼 것도, 굳이 USB에 영화를 담아 어두운 장면이 가득한 '배트맨'을 보여준 것도 다 계획적인 행동이었다. 특히 그는 영화를 첫 장면부터 보여준 것이 아니라 까만 옷을 입은 캣우먼이 끼만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장면을 골라서 틀어줬다.
황당했던 A 씨가 다시 연락해 "백라이트가 고장 난 TV를 사용할 순 없다. 환불해달라"고 요구하자, B 씨는 뻔뻔하게 "아까는 잘 됐잖나. 빛이 반사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가져가다가 TV가 충격받아서 그렇게 된 거 아니냐"고 되레 A 씨를 탓했다.
이에 A 씨가 "아니다. 나는 차에 담요까지 깔고 고정해서 조심스럽게 가져왔기 때문에 전혀 충격받을 일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B 씨는 "내가 가격도 싸게 드렸고 중고 상품인데 반품은 안 된다"며 환불을 딱 잘라 거절했다.
A 씨는 백라이트 수리비를 알아보니 약 20만원 정도였다며 결국 다른 TV를 다시 구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안일하게 구매한 건 맞지만 씁쓸해서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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