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집 계엄 모의' 노상원…성폭력 전과에 역술인 활동까지

육사 수석입학했으나 평판 좋진 않아…김용현 근무연으로 승승장구

 ‘12·3 비상계엄’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계엄 직전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에서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의 모습. 2024.12.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2·3 비상계엄’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계엄 직전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에서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의 모습. 2024.12.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 병력 1500여 명이 동원된 12·3 비상계엄의 '비선 실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계엄을 사전 모의·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불러 계엄 문제를 논의했다는 '햄버거집 모의'를 열었고, 과거 성폭력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엔 역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노상원이라는 이름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사령관에게 "육사 41기 노상원 알아요?"라고 물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문 사령관은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그가 군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경북 문경시에서 태어나 문경중학교와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그는 보병 병과로 군생활을 시작했으나 소령 때 정보 병과로 전과했다. 과거 '노용래'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나 이때 '노상원'으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7사단에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쳤고,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육군정보학교장 등을 지냈다. 구체적인 근무 시절 일화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하극상 등 사건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된 적이 많다고 한다. 다만, 육사 출신 선배들의 비호로 별까지 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도움으로 군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김 전 장관이 1989년 무렵 소령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경호하는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을 맡을 당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55경비대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2007~08년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28기)의 육군본부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김 전 장관의 추천으로 노 전 사령관은 비서실 산하 정책부서의 과장급으로 근무하게 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들은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서로 성향이 잘 맞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자기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김 전 장관과 은밀하게 움직이며 각종 정보·풍문을 수집하는 노 전 사령관의 업무 스타일이 비슷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정보 보고서를 잘 쓰는 친구"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육사 38기 동기생 등에게도 자신의 정보를 제공했고, 주변에서 "윗사람을 모시는 재주가 탁월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노 전 사령관은 성추행으로 군생활을 끝냈다. 정보사령관을 지낸 뒤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있던 2018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저녁에 술자리로 불러낸 여군 교육생을 강제로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신체 접촉하는 등 군인 등 강제추행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리산에 도 닦으러 들어간다"라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노 전 사령관을 봤다는 목격담이 들리기도 했으나, 그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김 전 장관이 국방부의 수장이 된 이후 노 전 사령관이 '인사 민원이 있으면 얘기하라'라고 주변에 과시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민간인임에도 과거 근무연을 적극 활용하고 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처음엔 음모론처럼 들렸지만, 그의 최근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그는 비상계엄 직전 김 전 장관과 하루 한 차례 통화했고, 지난 1일에는 문 사령관과 정보사 소속 대령 등을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은 햄버거집 회동에서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라고 하거나, 정보사 인사들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편제에도 없는 제2수사단을 꾸려 김 전 장관과 계엄을 모의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햄버거 회동이 있었던 패스트푸드점은 노 전 사령관의 점집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이 불명예 전역한 후인 2019년부터 역술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전속 운전병 등을 뽑을 때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등 명리학에 심취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계엄 실패 이후 군내에선 "본인의 미래는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자녀 유무 등 가족관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보 병과에서 오래 근무하며 주로 '남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신상에 대해선 자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장성급 인사는 "노상원이라는 이름 자체를 최근에 알게 됐고, 주변에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거의 모르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내란실행 혐의로 체포됐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