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불길 서울로 옮긴다" 민주당의 '상상력 정치' [기자의 눈]

김민석 "외환유치예비음모"…이재명 "억측 아냐"
안보 위협 앞에 여야 따로 없어…민생 기치 표방 민주 양보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외환유치죄 : 외국과 통모(通謀)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戰端)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죄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계엄령, 내란음모에 이어 이번에는 '전쟁 사주'다.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언사가 거친 것은 야당의 특질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근 국가 변란을 화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논리 비약이 심하다못해 이름 없는 유튜버의 음모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 국정감사 중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러시아 파병 북한군을 폭격해 심리전을 펼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일자, 민주당이 꺼내든 '카드'가 전쟁사주다.

한기호 의원의 생각이 무모하고 가벼웠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야당의 최고 권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여당 의원의 행실을 트집잡아 전쟁 위기로 부풀리는 것은 유치해 보인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우크라이나의 불길을 서울로 옮기고자 획책한 외환 유치 예비 음모이며, 계엄 예비음모"라며 "대통령실이 이미 개최한 우크라이나 관련 비상대책회의 관련자 전원에 대한 조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긴급수사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계기로 혹시 한반도에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금 행동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주장에 힘을 보탰다.

즉, 정부여당이 한반도 내에서 안보 위기를 획책하고, 이를 구실로 계엄령을 선포해 현재의 국내 정치 위기를 덮고자 한다는 것이다. 얼핏보아도 과장이다. 무엇하나 구체적 근거를 대 설명한 적이 없다. 범죄 의도가 있어 보이니 수사로 밝히라는 주장이 전부다.

전쟁과 계엄을 들먹이며 정쟁을 키우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인가. 이유는 추측할 수 있다. 민주당은 북러관계 변화와 북한군의 해외 파병이라는 중대 사안을 두고 안보 이슈를 띄우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1월 15일)·위증교사 사건(25일)의 1심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대중의 시선을 돌릴 필요성도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름아닌 안보에 대한 문제다. 국민들이 죽고 사는 문제이자 국가의 존망을 다투는 문제다. 전 국제사회가 이번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향후 이어질 한반도의 안보 정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29일)에도 경쟁적으로 국민의힘에 맞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이미 발의된 국민의힘 결의안과 함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결의안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만큼 조정 과정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생 국회·일하는 국회'의 기치 아래 22대 국회 첫 발을 내딛었던 민주당이다. 이번에야말로 '정쟁'이 아닌 '국민의 삶'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