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표 '반란표'에 신경 곤두선 민주…"색출" "오히려 잘돼" 분분한 의견
추미애 패배에 강성당원 분노…李 "첫 길 가다 보니 다칠 수도"
"리더십 흔들릴 가능성" "연임 반대 여론 잠재워져" 상반된 평가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서 우원식 의원을 향한 89표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에 중진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지만 이 대표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선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에 앞서며 후보로 선출됐다.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과 강성 당원 지지를 획득한 추 당선인이 선출될 것이란 당초 예측이 뒤집힌 것이다.
선거에는 민주당 22대 총선 당선인 171명 중 169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각 후보의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 의원이 89표를, 추 당선인이 80표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19일 민주당 내에선 초선 의원은 주로 추 당선인을 지지했지만 재선 이상 의원은 대체로 우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당선인 171명 가운데 초선은 71명이다.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미세한 균열 조짐이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명계 조정식 의원이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정성호 의원이 사퇴한 배경에 이 대표의 의중이 있었다는 해석 탓이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대신해 조·정 두 의원의 중도 사퇴에 개입했다는 후문도 이어졌다.
당초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찬대 후보로 친명계가 단일화하면서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당내 우려가 제기된 만큼 중진 의원들이 이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추후에도 재선 또는 중진 의원들이 이 대표 의중과 다른 판단을 내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컨대 과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정국처럼 체포영장이 청구되면 재차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성 당원 사이에선 89표를 반란표로 규정하고 우 의원에 투표한 당선인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이를 의식한 듯 "(당원 중심의 정당이라는) 첫 길을 가다 보니 이슬에도 많이 젖고 스치는 풀잎에 다치기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에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 의원 역시 범친명계로 분류되어 온 만큼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데다 추 당선인의 강경 성향에 따라 역풍을 맞을 우려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 당선인이 21대 국회에서 원외에 있어 현역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적었고, 우 의원이 원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 리더십이 위기란 평가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 일극 체제 우려를 잠재운 것이 오히려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이 대표 리더십에 상처가 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무엇인가를 과하게 밀어붙이면 중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 의원이 당선되면서 이 대표 연임에 대한 당위성도 힘을 얻게 됐다. 비명계가 긴장을 풀고 당내 이 대표 연임에 대한 나쁜 여론이 잠재워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약 추 당선인이 의장이 되면 대권 도전을 할 것이고 이 대표는 추 당선인 몸집만 키워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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