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취소·부정 경선 논란까지…국힘, '시스템공천' 흔들

정우택·도태우·장예찬 줄줄이 공천 취소…'부실 검증' 도마에
중·성동을 선관위 고발…한동훈 "인사검증 아니라 점검 못할수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앞에서 광주지역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3.15/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이 자랑한 '시스템공천'이 흔들리고 있다. 부정 경선 논란이 이어지는 데다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의 '공천 취소'가 이어지면서 공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당은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후보와 막말 논란 중심에 선 도태우(대구 중·남),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 등 3명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돈봉투와 막말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천 취소로 논란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한 것 역시 공천 취소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조치가 시스템공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부실검증이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당은 앞서 각 선거구를 대상으로 후보자를 모집하고 심사를 통해 단수추천(단수공천), 우선추천(전략공천), 경선 등을 결정했다.

경선의 경우 가·감점을 도입하고 당원과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해 '시스템공천'을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보수정당에서 처음 하는 시도라며 시스템공천을 추켜세웠다. 이번에 공천이 취소된 세 사람도 당이 자랑한 경선을 통해 본선행을 확정했고 서류심사와 시스템공천을 거쳤다.

공천 취소와 관련된 논란이 사전 검증을 통해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은 비판 지점으로 꼽힌다. 정 후보의 돈봉투 수수 의혹은 경선 시작 전 발생했다. 도 후보와 장 후보의 막말은 과거 일이다. 특히 장 후보의 경우 지난 전당대회에서 막말 논란이 발생했다.

당의 오락가락 행보도 논란이다. 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공관위는 앞서 정 후보 논란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 후보 논란의 경우 '공직자가 되기 전 발언'이라는 이유로 옹호해 왔다.

당이 '경쟁력'을 이유로 청주상당에 정 후보를 대신해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 출신으로 서승우 후보를 우선추천(전략공천)한 것을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앞서 이철규 의원 등 경선 지역에서 경선 후보가 탈락한 경우 다른 경선 후보를 후보로 확정했던 것과 다른 조치이기 때문이다.

정 후보와 경선을 진행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지지자는 성명을 내고 "상식도 원칙도 없다"고 반발했다.

부정 경선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중·성동을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 측 지지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연령을 속이라는 내용을 담은 '여론조사 응답 지침'이 배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원들이 당원이 아닌 척 여론조사에 응했다는 '이중투표' 의혹도 제기됐다.

하 의원은 이같은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 공관위는 "성별·연령을 거짓으로 대답하는 게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서울시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의원 측 관계자 6명을 경찰에 고발 조치하면서 부정경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만약 부정경선 논란이 커질 경우 당의 시스템공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공천관리를 하다 보면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인사 검증하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발견됐을 때 그 이후 시정하는 것을 봐주시면 우리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