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산·결혼' 절벽에 극단 대책…"결혼 전 독신자는 주택 배정 제외"
작년 10월 제정 '살림집관리법'…미혼자에 주택 배정 않기로
전국 살림집 건설 후 출산·결혼 유인 정책에 주택 적극 활용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선전해 온 북한이 '결혼 전 독신자' 즉 미혼자에게는 살림집을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심각한 저출산과 결혼 기피 현상이 계속되자 일면 극단적인 대책까지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에 실린 '살림집관리법' 법규해설을 공개했다.
'살림집관리법'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해 제정한 법으로, 지난 2009년 만든 기존의 '살림집법'과 내용이 거의 흡사해 이를 전면 개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살림집 배정 원칙 중 하나인 "결혼 전 독신자, 해당 지역에 거주할 수 없는 공민에게는 살림집을 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항목이다.
'결혼 전 독신자'는 결혼하지 않은 미혼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들에게는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살림집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집을 받고 싶으면 결혼부터 하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 '살림집법'에는 없던 내용으로 이번에 법을 제정하면서 새로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무상 제공'을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이라고 선전해 온 북한이 갑자기 미혼자를 콕 집어 배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북한에서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만연한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출산율은 1990년대 1.9명, 2000년대 1.59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10년대엔 1.38명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여성들의 결혼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달 발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2000년 이전 24.7세에서 2016~2020년 26.2세로 높아졌다. 30세 이상에 혼인했다는 비율도 2000년 이전 1.9%에서 2016~2020년에 17.5%로 급증했다.
북한 역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이들이 많다"라며 그중 하나로 출산율 감소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북한은 몇 년 전 기존 '살림집법' 개정을 통해 "세쌍둥이 세대, 다자녀 세대 같은 대상에게 살림집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한다"라고 출산을 장려하는 항목을 추가했는데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일면 '극단적'으로 보이는 방법까지 써서 혼인율과 출산율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몇 년간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주택과 농촌 살림집 등 각종 건설 계획을 통해 전국에 새 살림집을 건설했다. 이에 주택을 출산과 결혼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살림집 배정 관련 원칙에는 또 "가족 수와 출퇴근 조건, 거주 조건, 신체 조건 같은 것을 고려하여 살림집을 배정하여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신체 조건'은 기존 '살림집법'에는 없었는데, 일종의 '장애인 배려' 정책으로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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