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동거녀 191회 찔러 살해한 20대…항소심서 징역 23년
2심 “범행 방법 매우 끔찍하고 잔인”, 원심보다 높은 형량 선고
피해자 유가족 “이 형량도 가벼워, 왜 이런 일 일어났는지 이해 안돼”
- 이종재 기자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강원 영월에서 결혼을 전제로 동거 중이던 여자 친구를 191회 차례나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17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민지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류모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징역 17년)을 파기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그 방법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범행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다”며 “피고인이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여러 양형 조건을 모두 고려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류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A 씨의 유가족은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지만 이 형량도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워낙 사이가 좋아보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류 씨는 작년 7월 24일 낮 12시 47분쯤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의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약속했던 동거녀 A 씨(23)를 흉기로 191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앞서 류 씨는 수개월간 옆집 주민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 경찰이 개입할 정도였다. 또 결혼을 앞두고 늘어난 부채로 경제적 문제에도 시달렸다.
그러던 중 류 씨는 사건 당일 A 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A 씨로부터 "정신지체냐"는 말을 듣고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
A 씨를 여러 차례 찌른 류 씨는 '오빠'란 말을 듣자, 그 입을 막은 뒤 또 여러 차례 찔렀고, A 씨가 쓰러진 뒤에도 100회 이상 흉기로 찔러 A 씨를 살해했다.
범행 뒤 경찰에 신고하고 자해를 시도했던 류 씨는 이후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뒤 수사를 거쳐 구속돼 법정에 섰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결혼을 전체로 동거하던 피해자를 주거지에서 무참히 살해, 잔혹성 등 범행 정황이 무겁다"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극도의 스트레스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점, 검찰이 앞서 유족 측에 보호금으로 지급한 4000만여원을 피고인 가족이 구상 절차를 통해 부담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류 씨 측은 각각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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