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택시비 4만원 뜯으려고 여중생 강간·감금…"형 무겁다" 뻔뻔

헤어진 여친 만나러 갈 '돈' 필요했는데 거절하자 범행
2심서 살인예비 무죄…형량은 징역 12년→17년 늘어

ⓒ News1 DB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A 씨(40대)는 2018년 10월부터 교제하던 여자친구로부터 2023년 2월 결별을 통보받았다.

여자친구는 A 씨가 자신을 때려 실형을 받았는데, 출소 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자신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자,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여자친구에 향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헤어진 이후에도 A 씨는 2023년 5월 12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속해서 연락했고, 여자친구는 연락하지 말라는 답을 계속 보냈다.

그런데 A 씨는 더 이상 휴대폰으로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휴대폰이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A 씨는 여자친구를 직접 만나고 싶었다.

A 씨는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해보고 대화가 잘 안되면 '여자친구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A 씨는 제주시에, 여자친구는 서귀포시에 각각 살고 있었다.

하지만 A 씨는 수중엔 돈이 없었다. 택시비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5월 15일 늦은 밤 자신의 주거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같은 건물에 사는 중학생 B 양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A 씨는 B 양을 바닥에 넘어뜨린 뒤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화가 난 A 씨는 B 양을 강간했다.

A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 양을 자기 집으로 끌고 와 이튿날인 5월 16일 유사강간까지 했다.

A 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51분쯤 B 양의 어머니로부터 4만 원을 송금받은 후 서귀포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도 B 양이 신고를 빨리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왔다.

택시를 타려던 A 씨는 B 양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A 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도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도유사강간), 강간치상, 특수감금, 살인예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A 씨에 대해 검찰 구형(징역 25년)의 절반도 안 되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다.

A 씨도 항소했다. 여자친구를 살해하려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살인예비 혐의는 무죄이며, 징역 12년은 너무 무겁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2심 재판부는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여자친구를 살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가 여자친구를 살해하려고 했기보단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흉기를 준비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A 씨의 바람대로 형량이 줄었을까.

올해 2월 2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살인예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지만, 되레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린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15세에 불과한 여중생에게 저지른 범행은 그 죄질이 극히 무겁다"며 "나이 어린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의 합의 등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절도죄와 특수상해죄로 처벌을 받은 적 있고, 2022년 3월 상해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도 자중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2심 판결에 불복,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5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