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과학고 내홍 심화…대전교육청 불통행정 도마 위

과학고 설립 위해 또 의견수렴 소홀…예견된 후폭풍

(대전=뉴스1) 임정환 기자 = 지난해 9월19일 대전 대덕구 신탄진역에서 학부모와 동문,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신탄중앙중학교 폐교반대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오태진 시의원이 참가자들을 대표해 삭발을 하며 폐교 반대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 News1 임정환 기자

</figure>대전동신고등학교가 내년 과학고 전환을 놓고 내홍을 겪는 가운데 일부 학부모의 법적 대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교육청의 불통 행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민 반대로 한 차례 과학고 전환설립이 백지화되면서 공모로 후보 학교를 선정했지만, 공모 과정에서 또다시 학부모 의견수렴을 소홀히 하는 자충수를 두어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학고 전환설립 또 암초…법적 다툼 비화

동신자율형공립고사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0일 동신고의 (가칭)동신과학고 전환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날 “(법적 대응과 관련한)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며 “(법적 다툼의) 승패문제를 떠나 진실의 존재를 추구하는 여정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정재호 대책위 공동대표는 최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시교육청은 동신고의 과학고 지정 전환 설립 과정에서 일부 문제를 시인했지만, 자공고 법적 지위 유지와 함께 과학고 지정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학생 피해 예방을 위해 법적 대응과 함께 등교 거부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대책위가 밝힌 법적 대응은 과학고 지정에 따른 학사일정을 정지시켜달라는 임시처분신청이 될 공산이 큰 가운데 논란의 불똥이 과학고 지원학생에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적 다툼이 벌어진다면 관련 담당 부서가 TF팀(전담반)을 꾸려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과학고 설립 두고 끊이지 않는 ‘불통 행정’ 논란

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말 기존 과학고의 과학영재학교 전환에 따라 (가칭)대전1과학고를 전환 설립하기로 하고 대덕구 신탄중앙중 부지를 설립 예정지로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부지 선정 이유로 동·서부지역 교육균형 발전과 교육격차 해소를 꼽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주민 반대에 부딪혀 곧 백지화됐다.

주민들은 누구를 위한 과학고 전환 설립이냐며 시교육청의 불통 행정을 질타했다.

박종서 대덕구의원은 9월 열린 중앙중 폐교 반대 범주민 결의대회에서 “시교육청의 폐교 결정은 절차상, 내용상 하자가 있다”며 “경남 양산시가 30년 된 초등학교를 폐교할 때 동문회와 주민 의사를 물어 폐교를 철회했던 사례를 시교육청은 유념해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시교육청은 이후 공모를 통한 후보지 선정으로 추진 방법을 선회했고 공모에 동구 동신고가 단독으로 신청하면서 과학고 전환설립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가 또다시 의견수렴 부족 등 공모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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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학고 전환설립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2월27일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4번째부터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외석 대전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 지부장, 조정현 대책위 위원장. © News1 박지선 기자

</figure>◇시교육청 과학고 설립 혈안…학부모 의견 수렴 소홀

대책위는 우선 동신고가 이미 자공고로 지정된 상태에서 재학생 신분이나 자공고 지원대책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없이 공모가 진행됐다고 문제 삼는다.

정 공동대표는 “2월에 공모가 이뤄졌지만, 그전에 자공고에 관한 어떤 내용도 들은 바가 없다”며 “일부러 자공고를 지원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학고 전환에 따른 환경변화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공동대표는 “시교육청의 과학고 신청에 교육부도 앞으로 동신고의 자공고 예산지원은 불가능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며 “시교육청이 과학고 설립에 신경 쓰느라 자공고 학생과 학부모는 나 몰라라 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에 자공고 지원대책 마련과 함께 과학고가 설립되는 2014학년도부터 자공고 해제를 조건으로 동신고의 과학고 전환설립을 승인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교육부 보완 요청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자공고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난달 27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동신고의 자공고 취소를 결정하려 했지만, 대책위 반발에 부딪혀 안건을 상정하지 못한 상태다.

대책위는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과학고 밀어붙이기로 말미암아 학교 공모 신청에도 절차상 하자가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학교에서 공모 신청과 관련해 학부모 의견을 듣겠다며 가정통신문을 보냈지만, 전화번호만 적혔을 뿐 언제까지 어떤 형식으로 의견을 달라는 기본적인 내용조차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 정체성과 관련한 중대 사안을 결정하면서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 사흘 전에 소집 공고하는 졸속행정을 펼쳤다고 질책했다.

정 공동대표는 “학교운영위를 열 때는 일주일 전에 내용을 공고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데다 날짜변경 공고도 없이 하루 앞당겨 위원회가 열렸다”며 “운영위에는 일반 학부모가 방청하며 발언권을 얻어 의견을 밝힐 수 있지만, 이런 기회가 박탈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운영위는 사안이 시급해 급하게 열렸지만, 소집 절차상 문제는 없으며 애초보다 하루 앞당겨진 것은 일부 학부모위원이 방학을 이유로 날짜 변경을 제안했기 때문”이라며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던 것은 일부 인정하지만, 방학기간에 공모가 촉박하게 이뤄져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지역교육계에서는 시교육청이 과학고 설립에 혈안이 되면서 신탄중앙중 사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불통’이라는 자충수를 두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학고 설립 신청을 밀어붙였다는 의견에 대해 “과학영재학교와 학사 일정을 맞추지 않으면 지역의 과학고 지원희망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며 “공모일정이 촉박했던 것은 맞지만,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eruc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