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력시장 가격 입찰제 도입…경쟁으로 발전사 공급단가 낮춘다

내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서 확정…시행 시기는 저울질
발전사 경쟁 통해 도매가 결정…한전 구매비용 낮춰 부담 줄어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전력도매시장에 가격 입찰제를 추진한다. 발전사들이 써낸 입찰가에 따라 전력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인데, 자연스레 경쟁이 이뤄져 공급단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기대된다. 전력도매 가격 상승에 전기를 많이 팔아도 손해만 보는 현행 체계가 바뀌면 한국전력의 재정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내달 확정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정부는 시장원리에 기반해 가격 기능이 작동하도록 전력 도매 거래를 가격 입찰로 전환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저울질 중이다.

발전사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연료비 평균)의 ±5~10% 범위에서 각사별 비용 요인을 고려해 입찰가를 써내면 한전이 필요한 만큼 전기를 사들인다. 한전의 전력구매가는 발전사별로 차등 적용된다. 발전단가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낮은 가격에,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나 태양광발전소는 높은 가격에 한전에 전기를 파는 식이다.

즉 현행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순서대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파는 방식과 달리 발전사들이 써낸 입찰가에 따라 전력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사들이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면 자연스럽게 공급 단가가 내려가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동안 발전단가가 비싼 LNG 발전소를 기주능로 전력도매가격이 결정되는 현행 방식에서는 전력구매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져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컸다.

가격입찰제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1단계에선 각 발전사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연료비 평균치)의 ±5~10% 범위에서 연료비·변동비·고정비 등 각종 비용에 적정이윤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발전사가 써낸 입찰가로 낙찰받으면 그 가격에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입찰에서 떨어진 발전사는 전기를 팔지 못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활발해지고 결과적으로 한전의 전력구매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런 방식이 안착되면 2단계로 '기준연료비의 ±5~10%'와 같은 제한이 없는 전면 가격입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발전사뿐만 아니라 전력 수요자인 한전도 원하는 가격으로 전력구매 입찰에 나설 수 있는 양방향 입찰제가 도입된다. 발전사가 직접 전력 수요 기업 등과 계약을 맺고 전기를 파는 직접전력구매계약(PPA)도 확대된다. PPA 제도는 지금은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참여 확대를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PPA가 확대되면 전력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난다.

정부는 이 외에도 한전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전력도매(SMP) 상한제'를 추진 중이지만, 민간 발전업체들의 반발에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

일단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더 이상 시행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다나고, 내달 제도 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에는 발전업계 등의 의견을 담은 제도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주부터는 발전 관련 협·단체를 만나 '상한 수준을 SMP의 1.25배보다 완화하고, 동계기간인 3개월만 일단 시행하려 한다'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P 상한제는 전력도매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정산하도록 하는 제도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