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크림빵 뺑소니’ 발생부터 자수까지… 19일간의 기록 돌아보니

지역일간지 보도 이후 '국민적 관심'… 경찰은 17일간 헛다리 수사
피의자 허모씨, '범행 은폐' 시도… 아내 계속된 설득에 자수

(충북ㆍ세종=뉴스1) 송근섭 기자 | 2015-01-30 13:20 송고


29일 충북 청주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크림빵 아빠 강모(29)씨의 사고 현장에 목격자를 찾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찰은 사고현장 주변 CCTV를 추가 분석한 결과 강씨를 숨지게 한 차량은 윈스톰이라고 밝히며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는 BMW차량은 사고와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2015.1.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발생 19일 만에 피의자의 자수로 일단락됐다. 또 하나의 교통 사망사고로 흘러갈 뻔한 이번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시민 제보 등으로 이어진 덕분에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 됐다.

◇ 관심 적었던 뺑소니 사고… 안타까운 사연 알려지자 ‘관심 집중’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일 오전 1시 30분께.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임신 7개월인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강모(29)씨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아일공업사 앞에서 허모(37)씨가 몰던 SUV차량에 치여 숨졌다.
허씨는 사고 직후 CCTV 설치장소 등을 피해 도주했고, 이후 사고지점을 지나던 다른 운전자가 강씨를 발견해 신고했다.

청주흥덕경찰서 교통조사계가 뺑소니 사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벌인 직후에는 언론 등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 지역일간지인 ‘충청일보’에서 강씨의 안타까운 사연과 아내의 말을 최초 보도(1월 13일자 인터넷판 <“뱃속 ‘새별이’ 얼굴도 못보고”>)하면서 각종 언론·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강씨를 ‘크림빵 아빠’라고 부르며 안타까워 했고, 인터넷 자동차 모임 카페에서는 경찰이 공개한 CCTV화면을 바탕으로 ‘네티즌 수사대’가 용의차량 특정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사회적인 관심이 폭발하자 경찰은 이례적으로 ‘뺑소니 사고 수사본부’를 설치, 인력을 대폭 늘리고 용의자 검거에 속도를 냈다.

강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덕분에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1월 14일자 조간에 크림빵 뺑소니 사고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최초 보도한 ´충청일보´ 기사.© News1

◇ 17일간 엉뚱한 차량 용의선상 올려놓은 경찰… 수사 ‘헛발’

경찰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사고 현장 주변 상가 CCTV 등을 수거, 영상분석 작업을 벌여 사고시간대에 현장 주변을 지나간 하얀색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지목했다.

이후 해당 영상은 인터넷으로 퍼져나가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BMW5 시리즈로 압축되기도 했다.

경찰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해당 영상의 정밀 분석을 의뢰해 지난 28일 ‘BMW3/5/7시리즈(M3, M5 포함)·렉서스 LS시리즈·뉴 제네시스·K7’로 압축했다는 소견을 받았다.

17일간 이번 사건의 용의차량은 BMW5 시리즈로 알려져 왔고, 일부 방송에서는 이 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한 모의실험까지 진행했다.

일부 네티즌은 청주지역의 BMW5 시리즈 차량을 압축, ‘모 금고에 저당이 잡혀있다’며 특정 차량을 지목할 정도였다.

사고가 난 지역에서는 하얀색 BMW 차량을 보유한 운전자들이 ‘잠재적 용의자’ 취급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뺑소니 사고 수사본부’가 설치된 27일 사고현장에서 불과 180여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CCTV가 설치된 사실을 확인, 영상 분석을 통해 BMW차량이 아닌 국산 SUV차량인 ‘윈스톰’이 유력한 용의차량이라고 29일에서야 발표했다.

17일간 엉뚱한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몰면서 불필요한 논란만 부추기고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림빵 뺑소니 사고 직후 경찰이 처음 용의차량으로 지목했던 하얀색 승용차가 찍힌 CCTV 영상. © News1 D.B
크림빵 뺑소니 사고 직후 경찰이 처음 용의차량으로 지목했던 하얀색 승용차가 찍힌 CCTV 영상. © News1 D.B

◇ 피의자 허모씨, 사고 이후 19일간의 행적은

이번 사고의 피의자 허씨는 17일이 넘도록 경찰의 수사망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허씨는 사고 당일 술에 취해 귀가해 아내에게 “사고를 낸 것 같다”며 횡설수설했고, 당시에는 도로구조물 등을 들이받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나서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사망사고를 낸 사실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곧바로 자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회를 놓쳤다. 이후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주변정리 등을 하느라 자수하는 시간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19일간 허씨의 행적을 보면 애초에 자수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사고를 낸 직후에도 통상적으로 귀가하는 방향이 아닌 CCTV가 없는 구석진 도로로 돌아가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보였다.

또 사고차량을 충북 음성군에 있는 자신의 부모님집에 가져다 놓는 등 경찰 추적이나 주변의 의심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친구의 차량을 타고 충남 천안까지 이동해 사고로 파손된 차량 부품을 구입하는 등 전형적인 ‘범행 은폐’의 행적을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이 허씨의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특정하고 수사망을 좁혀오자 수면제와 소주를 사들고 산으로 올라가는 등 마지막까지도 자수 의사는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내의 계속된 설득에 29일 오후 11시가 넘어 청주흥덕경찰서를 찾아 자수의사를 밝혔다.

허씨는 경찰에서 “죄송하다. 죄를 짓고는 살지 못한다”며 심경을 내비쳤다.

피해자 강씨의 유족들은 그의 자수소식이 알려지자 “가해자가 자수하길 계속 빌었다. 선택을 잘 했다”며 “세상을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순간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고 허씨를 비판하기보다 안타까워했다.

전 국민적인 공분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번 사건은 마지막까지도 씁쓸함을 남겼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사고" 용의자 허모(37)씨가 30일 충북 청주시 흥덕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송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용의자 허씨는 지난 29일 밤 경찰에 자수했다. 2015.1.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songks85@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