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인간간 전염 확인…시신 유래 성장호르몬 치료 후 발병"

英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뇌하수체 성장호르몬 치료 문제 확인

성장호르몬 치료ⓒ News1 DB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수십년전 어릴 때 '인간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가 조기에 발생해 둘 사이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성장 호르몬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인간간 알츠하이머 전염의 유일한 사례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의학 저널 '네이저 메디신'에 발표된 영국의 한 연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았고, 사체에서 특정 방식으로 추출·조제된 뇌하수체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은 이력이 있는 성인 8명을 조사했는데, 이들 중 5명이 40~50대에 알츠하이머가 발병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세 명은 57세, 54세, 47세에 사망했다. 성장호르몬은 과거에는 시신에서 추출해 만들었지만 현재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프리온 질병 연구소와 영국 국립 병원 신경과 및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참여한 이 연구에 따르면 이 환자들은 1959년부터 1985년 사이에 영국에서 시체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인간 성장 호르몬으로 치료를 받은 1848명 중 일부였다. 당시 이 치료법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되었다. 이 치료법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광우병)이라는 희귀 뇌 질환 사례가 시체에서 오염된 인간 성장 호르몬 투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후 중단됐다.

연구자들은 광우병 원인 물질인 프리온과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로 오염된 인간 호르몬에 수년에 걸쳐 노출될 경우 알츠하이머에 전염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연구를 시작했다. 프리온은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이 아니지만 다른 별도의 연구에 따르면 치매 원인 물질들(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와 비슷한 행동 특징을 가진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이제 알츠하이머병이 특정 상황에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고 썼다. 이들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일상 활동이나 현대의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전염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알츠하이머 전염 사례가 미래에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의료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