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르코스, 부통령 살해 위협에 정면 대응 의지…"간과 안돼"

마르코스 "대통령 암살이 이렇게 쉬우면 일반 시민은 오죽하겠나"
친미 마르코스·친중 두테르테 함께 대선 승리했지만 결국 앙숙으로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왼쪽)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30일 취임식에서 나란히 서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2.6.3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살해 위협에 "그런 범죄 계획은 간과할 수 없다"며 정면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25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두테르테 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신을 살해하도록 킬러를 고용했다는 부통령 발언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 중 일부를 죽인다는 무분별한 욕설과 협박이 있다"며 "대통령 암살 계획이 그렇게 쉽다면, 일반 시민들(의 암살)은 얼마나 더 쉽겠냐"고 반문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런 범죄 위협이 그저 넘어가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이런 위협에 직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하원의 두테르테 부통령의 부패 혐의 조사와 관련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민주국가로서 우리는 법치를 수호해야 한다"며 "진실을 찾으려는 선출된 공직자를 방해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두테르테 부통령을 겨냥해 "국회가 제기한 정당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면 이런 드라마 같은 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법치를 훼손하지 않고 누가 기소되든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의제가 전국을 정치적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정을 존중하고, 법을 집행하며, 수백만 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준 명령을 기억하자"고 호소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그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두테르테 부통령은 서로 협력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전임자와 달리 반중·친미 성향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두테르테 부통령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마약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결국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6월 교육부 장관직과 반군 대응 태스크포스(TF) 부의장에서 물러나 마르코스 부통령과 결별했다.

이후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인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의 주도 하에 여당 의원들은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공공자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또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두테르테 부통령의 수석보좌관인 줄레이카 로페스를 구금하고 부통령실 예산의 3분의 2를 깎았다.

그러자 두테르테 부통령은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겨냥한 암살 위협이 있었다면서 자신의 경호원에게 "내가 죽으면 마르코스와 그의 아내, 하원의장까지 살해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에 대한 모든 위협을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다면서 이를 조사하기 위해 법 집행 기관 및 정보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