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에 현대판 마녀사냥 '창궐'…이유는?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주민의 대응"

파푸아뉴기니에서 마녀로 몰린 한 여성의 집 앞에 모여있는 군중.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파푸아뉴기니가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최근 수년간 20명 이상 목숨을 잃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의 엥가 주 등의 고원지대에서 주로 여성을 상대로 한 집단 폭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왕립파푸아뉴기니경찰대에 따르면 최근 몇년 간 20명 이상이 마녀로 몰려 사망했고 집단 폭행은 보고된 것만 해도 수십건에 달했다.

영혼에 대한 믿음이나 '말하는 돌' 같은 흥미로운 사물에 대한 속설은 파푸아뉴기니에 전통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집단 폭력 등은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 선교사 및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은 성폭력을 당하고 목숨을 잃을 때까지 집단 구타를 당한다. 지역 선교사들은 6세 소녀도 마녀로 몰려 폭행당했다면서 잔인함과 여성을 향한 폭력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마녀로 몰려 집단 폭행을 당한 55세 여성이 2018년 11월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 AFP=뉴스1

선교사들 및 연구자들은 약 5년전부터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으며 특히 지난해에 급격히 증가해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마녀 사냥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지역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이 발생했을 경우 그 탓을 마녀에게로 돌린다는 것이다. 심장마비, 당뇨병, 에이즈 등이 늘어나 사망도 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겉보기에 건강해보이는 이가 죽은 것은 마법때문이라고 몰아갔다.

심지어 최근 8명이 사망한 음주운전 사고도 폭력적인 마녀사냥의 원인이 되었다. 사람들이 왜 일부 승객은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은 죽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마녀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마녀는 혼자 행동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널리 퍼지고 있는 데다가 시골을 다니며 돈을 받고 마녀를 색출해내는 점쟁이인 '글래스맨'(Glasman)이 출현한 것도 마녀 사냥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마녀 사냥의 희생자는 여성 뿐이 아니다. 엥가 주의 희생자는 거의 다 여성들이지만 부건빌 섬은 대부분 남성이다.

파푸아뉴기니 마녀사냥을 수백건 이상 연구해온 미란다 포시스 호주 국립대 연구원은 "파푸아뉴기니 마녀 사냥은 다양한 양상을 갖고 있다"면서도 "이 현상들의 본질은 급격한 경제·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대한 주민들의 대처 반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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