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트로피 노리는 김연경, '체력'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라
흥국생명, 1차전서 현대건설에 2-3 역전패
- 안영준 기자
(수원=뉴스1) 안영준 기자 = 15년 만의 국내 무대 우승에 도전하는 김연경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체력'과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
김연경의 흥국생명은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25-18 25-14 20-25 20-25 14-16)으로 졌다.
흥국생명은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이후 세 세트를 내리 내주며 무릎 꿇었다.
플레이오프 3경기를 거치며 실전 감각은 올라왔으나 2일 간격으로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막판 체력이 부족했다.
흥국생명이 1차전을 내주고 기선을 제압당하면서, 김연경의 15년 만의 우승 도전도 일단은 빨간불이 켜졌다.
김연경은 V리그에서 3차례 우승(2005-06, 2006-07, 2008-09시즌)을 경험했지만, 이후 해외에 진출해 V리그 우승과는 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2020년 국내 무대로 돌아왔으나 그 뒤로도 아직은 우승이 없다.
2020-21시즌 복귀 시즌 당시 챔프전에 올랐지만 GS칼텍스에 3연패 당했고 2022-23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2차전을 모두 이기고도 3·4·5차전을 내주며 믿기 힘든 패배를 당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V리그 우승이 15년 전 일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우승을 원하는 김연경으로선 체력과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분위기를 뒤집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흥국생명은 3위 정관장을 상대로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느라 2일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치렀다. 1차전까지 합치면 8일 동안 4경기의 강행군이다.
당연히 체력적 열세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차이가 꽤 치명적이었다.
흥국생명은 3세트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몸이 무뎌졌고 '보이지 않는 범실'도 여러 차례 노출하는 등 앞 세트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경기를 끝낼 기회가 여러 차례 왔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말대로 '공격의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체력의 아쉬움에 기인한다.
심지어 앞으로도 2일 간격의 경기는 계속돼, 피로의 누적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적장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2차전도 5세트까지 갔으면 좋겠다"며 체력적 우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흥국생명으로선 체력의 아쉬움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이겨내거나, 경기 감각의 우위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아본단자 감독 역시 "리듬이나 습관은 우리가 앞선다고 본다. 다만 그게 잘 발휘되도록 에너지가 뒷받침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라우마도 극복해야 한다. 언급했듯 흥국생명은 지난해 1·2차전서 연달아 승리,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던 바 있다.
지난해 챔프전 전까지 V리그의 챔프전에선 남자부(8차례), 여자부(5차례)를 통틀어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최종 우승 확률은 '100%'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믿기 어려운 3연패로 처음 이 공식이 깨졌다.
올해는 아직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1·2세트를 연달아 따며 기세를 높이고도 결국 승리를 놓친 건 그래서 더 뼈아프다.
김연경은 큰 무대를 많이 경험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지만, 불과 1년 전 챔프전에서의 겪은 상처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1차전 역전패를 빨리 잊지 못하면 남은 챔프전 승부 내내 쫓기는 흐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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