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사유화·4연임 논란' 정몽규 회장, 한 달 만에 다시 국회로
지난달 현안 질의 이어 내일 국감 종합감사 출석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졸속 행정과 소통 부재로 '계모임보다 못한 조직'이라고 질타받았던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이 한 달 만에 다시 국회의원들 앞에 선다.
정 회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축구협회 사유화, 부실한 운영 등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다.
당초 정 회장은 22일 체육 분야 감사와 24일 종합 감사, 두 차례에 걸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국제축구연맹(FIFA)의 초청으로 2024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이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에 방문하면서 체육 분야 감사에는 불출석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정 회장은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고, 종합 감사에는 출석하기로 했다.
정 회장이 국회로 불려 나오는 건 지난달 24일 문체위 현안 질의 이후 한 달 만이다.
당시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축구대표팀 선임 절차를 비롯해 축구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 정 회장의 접대 골프 의혹 등에 관해 추궁했다.
정 회장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한 데다 이후 이 이사 주재로 진행한 비대면 임시회의도 협회 직원의 의사로 '11차 회의'로 둔갑한 것도 큰 논란이 됐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구협회가 동네 계 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홍명보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위를 질주하는 등 순항하고 있으나 정 회장과 축구협회를 둘러싼 비난 수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종 의혹은 더욱 증폭돼 있다.
정 회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진행한 22일 체육 분야 감사에서도 문체위는 정 회장과 축구협회를 향해 강도 높은 질타를 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홍명보 감독이 이라크와 홈 경기 때 야유가 없어진 것과 관련해 미소 지으며 '잘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성적만 좋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국민을 무시하고 아주 오만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종합 감사에서 축구협회 사유화, 4선 연임 도전, 그리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과 접대 골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안 질의에 이어 체육 분야 감사에서도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사유화하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축구협회는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정 회장이 소유한 HDC현대산업개발에 도움을 받았으나 자문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축구종합센터 건설사업 관리 자문 용역 계약서에는 축구협회와 HDC현대산업개발이 표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축구협회로부터 받은 대의원 명단의 36명 중 40%가 건설사나 건설 관계사에 있다"며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축구협회를 장악하고 있는데, 하청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건설업종 분들이 대의원으로 장기간 들어가 있다고 하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정 회장이 2021년 초에 3선 연임에 성공한 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병철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을 대상으로 접대 골프를 했다는 것도 주요 질의 사안이다.
체육회 및 산하 단체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선 이상 연임을 하려면 스포츠공정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최근 정 회장은 3연임 승인과 관련된 대가로 보이는 접대 골프 의혹에 휩싸였고, 현안 질의 때 이를 인정한 바 있다. 이기흥 회장과 김병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는데 의원들은 다시 정 회장에게 이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원들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정 회장의 4선 연임 도전에 대해서도 더 확실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4선 연임과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피해왔다. 현안 질의 때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 회장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두고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축구팬들은 정 회장에게 축구협회 관련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요구해 왔다. 축구협회 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정 회장의 불출마가 한국 축구 위기를 수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정 회장의 4번째 연임을 반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 회장은 종합 감사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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