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인 후 '피해자 행세'한 軍장교…경찰, '남성'인줄 알고도 신고 취소
경찰 관계자 "아쉽게 처리된 부분 있지만 사체 발견 후 신속 검거"
- 김민수 기자,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이기범 기자 = '화천 토막 살인' 피의자인 30대 남성이 피해자 여성인 척하며 112에 연락해 피해자 실종 신고를 취소했을 당시 경찰은 남성임을 인지하고도 가족의 요청에 따라 실종 신고를 취소했던 것으로 드러냈다.
군 장교인 피의자는 실종 신고 취소를 요청하던 통화에서 피해자 목소리로 가장했으나 경찰은 '남성'으로 보고 시스템상 발신자 성별도 남성으로 표기했다.
남성이 여성 목소리를 흉내 내는 수상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육군 중령(진) A 씨(38)는 지난 10월 26일 피해자인 군무원 B 씨(33·여)의 목소리를 흉내 내 미귀가 신고를 취소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이를 응대한 경찰 112상황접수반은 해당 목소리를 듣고 발신자 성별을 "남성"으로 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B 씨의 어머니는 지난 10월 26일 오전 8시 40분쯤 112로 B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B 씨 휴대전화로 등기 문자를 보냈고, 카카오톡 메시지와 보이스톡도 전송했다.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로 걸려 오는 보이스톡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무시했다. 그러나 같은 날 낮 12시 40분쯤 A 씨는 다시 보이스톡을 걸어 B 씨 본인만 알 수 있는 인적 사항 등을 활용해 B 씨인 것처럼 가장했다.
경찰이 A 씨에게 112에 전화해야 한다고 하자 A 씨는 같은 수법으로 112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어 연락이 어렵다"며 "신고를 취소해달라"고 했다.
이에 관악경찰서는 B 씨의 어머니에게 "전화 연결은 됐지만 대면 확인이 필요하다"며 "직장에 공문을 보내 수사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실종 신고로 자칫 딸이 직장 내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결국 B 씨의 병원 진료 예약 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 신고를 취소했다.
B 씨의 어머니가 신고를 취소한 이후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재신고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보면 아쉽게 처리된 부분이 있는 건 맞는다"며 "(여성인 척한 것이) 인지됐으면 바로 수사했을 것이고 더 신속히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의자의 보이스톡 시도 당시 이미 사망 상태였고, 사체 발견 이후 신속히 검거했다"고 강조했다.
강원경찰청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 소재 군부대 주차장에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군무원 B 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그 시신을 훼손해 이튿날 강원 화천 북한강에 유기했다.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5일 A 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