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오픈런도 벅찬데 문까지 닫아요?" 진료 단축에 시민들 분개

의협 "4월부터 개원의도 주 40시간만 근무"…동네 병원도 진료 단축
대형병원도 외래 진료 줄어 '의료 셧다운' 불안감…'참여 저조' 전망도

최근 인플루엔자(독감)와 겨울철 식중독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가 진료 대기를 앞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 환자수는 2년 새 130배 늘어났고, 노로바이러스 환자수는 전주 대비 1.7배 급증했다. 2023.12.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지금도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으려면 30분 전에는 줄을 서 있어야 해요. 그런데 진료 시간을 더 줄인다고요? 새벽 6시부터 기다리라는 얘기인가요?"

지난달 아이를 출산한 직장인 한 모 씨(34·여)는 동네 병원의 진료 시간 단축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의대 교수의 '외래 진료 축소' 방침에 따라 아이의 검진이 일정이 6월 말로 미뤄져 어쩔 수 없이 동네 소아청소년과를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씨는 "대학병원 진료가 밀려서 동네 병원이라도 가려 했는데 개원의마저 이러면 아이는 어떡하라는 것이냐"라며 "병을 키울까 불안하다"고 한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1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개원의들도 일주일에 40시간만 근무하는 방향으로 진료 시간을 축소하기로 결의했다.

전공의에 이어 동네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까지 '진료 단축'을 선언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제 정말 아프면 안 된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직장인 이 모 씨(여·33)는 "나를 비롯해 가족, 지인 모두 아플까 봐 무섭다"며 "지인이 두 달 전에 수술받았는데, 그때 받길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 씨(여·31)도 "얼마 전에 열이 펄펄 끓어서 급하게 동네 병원으로 수액을 맞으러 간 적도 있었다"라며 "개원의까지 진료를 줄이면 이제 아플 때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분개했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4월부터 수술과 외래 진료를 줄인다는 방침이라 조만간 '의료 셧다운'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의협의 진료 단축 결정을 실행할 개원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진료 단축은 곧 수익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전국의사총파업 때도 개원의들이 휴진에 나서기도 했지만, 참여율이 10%를 밑돌며 큰 불편은 없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