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통과 후 첫 주말 '尹 퇴진·지지' 쪼개진 광화문 도심

"尹 파면때까지" "서류 거부 비겁"…경복궁 앞 '심판 응원봉' 물결
"尹 빨리 체포돼야" vs "계엄령 선포, 나라 살린 것"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이기범 김종훈 기자 =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첫 주말인 21일 서울 도심이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로 갈라졌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이 주최한 집회 인파로 이날 오후 경복궁 동십자각부터 사직로 일대까지 전체 8개 차로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찼다. 공간이 모자라 주변 길가 인도에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민들도 많았다.

주최 측인 비상행동과 촛불행동, 민주노총 등 이날 집회에 참가한 단체들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 인원은 총 9만여 명이다. 주최 측은 30만 명 정도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들도 맞불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을 옹호했다. 이날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집회 신고 인원은 2만여 명이다. 주최 측은 2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주말인 2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2.2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영하권 날씨 속 '尹 탄핵' 촉구 열기…'오아시스', '마법학교' 기상천외 깃발도

영하권 추운 날씨 속에 약한 눈발도 가끔 흩날렸지만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 열기는 뜨거웠다.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과 모자, 목도리, 마스크 등으로 무장한 채 손에는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문구가 적힌 종이 플래카드와 각종 응원봉을 들었다.

나흘 앞둔 성탄절을 염두에 둔 듯 사슴뿔 모양 모자를 쓰거나 빨간 산타 모자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성탄절 상징으로 유명한 붉은 겨우살이 리스 그림을 배경으로 '탄핵'이라는 글자를 덧붙인 깃발도 있었다.

해당 깃발을 직접 제작했다는 40대 여성 이지우 씨는 "크리스마스 전에 탄핵당해서 빨리 대통령이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서 만들었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지나서도 (탄핵이) 안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른 깃발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회 곳곳에서는 '주택비소유자연합', '오아시스 내한 예매 성공자 연합', '대한민국 용사 노동조합 협회', '마법학교 입학편지 누락 마법사 연합' 등 시민들이 만든 기상천외한 깃발들이 눈길을 끌었다.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류·출석 거부하는 尹, 비겁해…파면될 때까지 헌재 앞에 나올 예정"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최근 헌재가 탄핵 심판을 위해 대통령실이나 경호처에 보낸 서류 수취를 거부하고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윤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30대 여성 A 씨는 "(대통령) 본인이 법적 책임을 다 지겠다고 했으면서 (서류 송달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 비겁하다"며 "아직 대통령 직함을 달고 있는 것이 용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원 모 씨(30·남)는 "계엄이 선포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계엄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나"며 "이제 탄핵안이 통과됐을 뿐 탄핵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헌재가 있는 광화문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아내와 8살 딸과 함께 집회에 나온 이원혁 씨(42·남)는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앞이 다르고 뒤가 다른 사람"이라며 "빨리 체포됐으면 좋겠는데 체포조차 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만 공고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 '대통령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보수단체 집회 "尹, 계엄령 선포 나라 살린 것…헌재, 탄핵 기각해야"

같은 시간 퇴진 촉구 집회에서 약 600m 떨어진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자유통일당 집회도 열렸다. 이 집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양손에 각각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이재명 구속'과 '탄핵 반대' 구호를 외쳤다.

자유통일당 대표이기도 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이 나라를 살린 것"이라며 "야당 192명의 절반은 부정선거로 당선된 가짜 국회의원"이라고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주장했다. 또 "헌재가 광화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홍동명 목사는 "대한민국 체제를 바꿔내느냐 바꾸지 않느냐의 싸움"이라며 "광화문 전선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우리 조국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배 모 씨(52·여)는 "진정한 내란은 검찰, 국회, 경찰, 공수처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은 구속시키고 문재인은 사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이영자 씨(74·여)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계엄령은 나라가 어지러울 때 하는 건데 내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내란죄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집회에 참가한 조남복 씨(72·남)는 "북한의 마수가 지금도 뻗어 있다"며 "(계엄령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탄핵 찬성은 좌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유 통일될 때까지 헌금을 내달라"며 "하느님이 축복할 것"이라고 헌금을 종용하기도 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헌금을 모금하고 태극기 등 소품을 판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