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금지법' 이대로면 '제2 게임 셧다운제'[출구 없는 161분]④
나이와 사용 시간제한 초점 맞춘 'SNS 금지법'…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게임 셧다운제' 사례 교훈…단순 규제 대신 정교한 입법 필요해
- 이기범 기자, 정윤미 기자, 김예원 기자, 김종훈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는 연령을 확인해 회원가입을 신청한 사람이 14세 미만인 경우에는 승낙 거부 조치를 해야 한다.""SNS 제공자는 16세 미만 청소년일 경우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일별 이용 한도 설정 등에 대해 친권자 확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뉴스1) 이기범 정윤미 김예원 김종훈 기자 = 최근 국회에 연이어 발의된 '청소년 SNS 금지법' 관련 내용이다. 나이와 사용 시간제한을 통해 10대들의 SNS 접근성을 낮춰 중독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자신의 저서 '불안세대'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공감대가 쌓이면서 SNS 규제법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오랜 기간 아이들의 미디어 '중독' 문제를 살펴 온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SNS 금지법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단순히 유행을 좇는 방식의 우후죽순 입법으론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게임 셧다운제'의 실패 사례를 반복할 거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SNS를 규제하는 문제는 게임 셧다운제보다 훨씬 복잡해요.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SNS 종류도 너무 많습니다. 그걸 어떻게 다 통제한다는 걸까요."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예방 전문 기관 강서아이윌센터의 김혜연 센터장은 SNS 금지법 얘기를 꺼내자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있어선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게임 중독' 문제를 단순히 규제로 해결하려 들었을 때 결과물을 봤기 때문이다.
게임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규제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도입됐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돼 10여년 간 운영되다 지난 2022년 1월 폐지됐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모 명의로 계정 가입을 하거나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는 방식까지 막지 못했고,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규제가 입법 취지를 달성하지도,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가지도 못한 셈이다. 2019년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1분 30초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단순 차단 방식으로 통제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다 뚫는다"며 "SNS 사용이 음지로 들어갈수록 더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실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10대들은 부모님이 관리하는 스마트폰 통제 앱을 "뚫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각종 우회로를 줄줄 읊기도 했다.
최준호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폐해가 나오면 거기에 대해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을 갖추려는 입장이 이해는 된다"면서도 "게임 등 행위 중독에 대한 셧다운제 시도는 한 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근본적인 문제는 환경과 관계입니다. 친구, 부모님, 선생님과의 관계,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 태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죠."
김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SNS에 중독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모, 집-학교-학원으로 이어지는 생활 환경 속에서 틈틈이 할 수 있는 활동이 SNS라는 설명이다. SNS가 현실 세계의 빈틈을 채워준다는 얘기다.
노성원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단순 규제 이외에도 SNS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짚었다.
노 교수는 "아이들은 SNS를 하면서 짬 나는 시간에 즐거움 느끼고 싶은 건데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 시간에 다른 즐거움을 알려줘야 한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나 취미, 놀이 등 건전한 신체 활동이나 정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하는 등 기성세대와 사회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해외 입법을 유행처럼 좇기보단 맥락을 이해하고 해외 사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학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호주, 미국, 유럽 등에서 SNS를 규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맥락이 다르다"며 "그쪽이 SNS를 통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SNS가 공부에 방해된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해외에서 규제를 왜 하는지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중독 문제를 12년간 다뤄온 한 상담 전문가는 SNS 금지법을 사회적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안 된다고 해서 막고, 통제한들 청소년들이 그걸 통해서 뭐 더 나아진 게 있느냐는 거죠. 그때는 그런 문제 지금은 이런 문제. 저희가 법안 발의하고 통제만 하면 다인가요. 부모들은 원하겠죠. 왜? 본인들이 통제가 안 되니까 그런 거예요. 그러면 '어딘가에서 해주십사'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던져놓으면 끝나는 문제인가요?"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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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3년 기준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61분. 심할 경우 휴대전화 화면에 펼쳐진 '한 뼘 세상' SNS에 하루 20시간 매달린다. 정치권 논의대로 청소년들의 SNS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뉴스1은 약 두 달간 전국 초등학교·고등학교·치유 캠프에서 청소년·인플루언서 등 총 95명을 만나 SNS 과의존 실태와 해법을 추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