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1/3 킥보드로 등교해요"…'면허 필수' 절반도 몰라[르포]
면허 인증 허술한 공유 킥보드…이용자 책임 전가 비판도
청소년 킥보드 사고 증가…관련 법안 제정 절실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반 친구들 3분의 1 이상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등교합니다. 면허 없이도 탈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김 모 군(16)의 말이다. 공유 킥보드는 이미 청소년들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대치동 길가 곳곳에는 다양한 업체의 공유 킥보드가 5m 간격으로 주차돼 있었다.
최근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60대 여성이 여고생 2명이 탄 전동 킥보드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청소년 퀵보드 이용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대치동에서 만난 몇몇 청소년들은 공유 킥보드 이용이 불법인지도 알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 장 모 군은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는 거였냐?"며 "다들 아무렇지 않게 타고 있어 몰랐다"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 김 모 양 또한 "공유 킥보드 이용이 진짜 불법이냐?"고 되물으며 "친구들도 대부분 모르고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몰 수 있다. 무면허로 운행하다가 적발되면 만 14~18세의 경우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며, 만 13세 이하는 부모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길가에 주차된 공유 킥보드를 거리낌 없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임을 알고도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한 모 군은 "불법인 걸 알고도 학원에 늦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 킥보드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정 모 군은 "돈 아낀다고 친구들이 두세 명씩 킥보드 타고 다니는 걸 자주 봤다"며 "면허 인증 절차도 없어서 쉽게 탈 수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 면허 인증 절차 있으나 마나…자칫하면 형사 처벌 위험성
법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한 킥보드를 청소년들이 대여하는 데는 허술한 업체의 면허 인증 시스템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9일 직접 여러 공유 킥보드 대여 업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본 결과 대부분의 업체에서 별다른 운전면허 인증 절차 없이 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여 업체들은 면허 인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킥보드 업체들이 사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이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다 사고를 내면 범칙금은 물론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40대 김 모 씨는 "인증 없이 애들도 그냥 쉽게 탈 수 있어 걱정스럽다"며 "위험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어린 자녀들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청소년 킥보드 사고 3년 새 10배 급증…관련 법안 제정 절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이 가해자에 해당하는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9년 이전 연간 100건 미만에서 2022년에는 1032건으로 증가했다.
유럽에서 최초로 전동 킥보드 공유 시장을 개방했던 파리는 늘어나는 안전사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해 도시의 모든 공유 전동 킥보드를 퇴출한 상황이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진행된 주민 투표에서 10만 3000여 명의 파리 시민 중 89%가 금지에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위한 법 제정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의 도로 교통법에 PM을 끼워 맞추다 보니 면허 미인증 등 많은 문제가 생겼다"며 "법의 사각지대가 있어 이용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또한 "면허 인증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청소년의 전동 킥보드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청소년에게 PM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사고 위험이 훨씬 높다"며 "학교나 관련 교육청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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