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 상대 어머니 성적 비하…대법 "'통매음' 아냐" 판단 이유
"네가 게임 망친다" 다툼 과정에서 여러 번 메시지 전송
1·2심 벌금형→파기환송…"성적 만족 아닌 분노 표출이 주목적"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온라인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방의 어머니에 관해 성적 비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더라도, 상황을 살폈을 때 '성적 만족'보다는 '분노 표출'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 3월 2일 오후 11시~11시 59분까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채팅창을 이용해 여러 차례에 걸쳐 B 씨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이른바 '통매음' 죄를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A 씨 측은 "게임을 하다 화가 나 모욕감을 주기 위해 메시지를 전송했을 뿐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키려는 목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3년도 함께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상대방의 부모에 대한 성기 비하, 가상적 성행위 묘사, 성적 조롱, 비하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모멸감 등을 주고 그것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전송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은 여성이라는 점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A 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A 씨와 B 씨는 서로의 성별조차도 모르는 사이에서 매칭(한 팀을 이루는 것)돼 게임을 하던 중이었다. 이때 A 씨를 비롯한 팀원들이 B 씨에게 "게임을 망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다툼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A 씨는 B 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다소 공격적인 B 씨의 메시지 내용에 화가 나 메시지를 한 문장씩 전송한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한꺼번에 전송한 것이 아니라, B 씨의 게임 실력을 탓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상에서 말다툼하다 다툼이 격화되면서 B 씨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 문장씩 전송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실을 고려했을 때 A 씨가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 씨가 보낸 메시지에 B 씨의 부모를 대상으로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더라도, 다툼 과정에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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