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시 1호' '검수원복 카드' 1년 성과 어땠나…쏠리는 시선
檢 수사력 입증 과제 안고 부활…대형 사건 맡아 1년간 373명 기소
수사력 지속 강화할까…'범죄수익 환수' 인적·물적 보강 필요성도
- 원태성 기자,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이기범 기자 =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취임 후 '1호 지시'로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이하 합수부)가 출범 1년을 맞으면서 그간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지 1년 만에 정식 직제화한 남부지검 합수부는 1년여간 불공정거래사범 등 373명 기소하며 수사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과 테라·루나 사태,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등 난도 높고 굵직한 사건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금융·증권 범죄 수사 과정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합수부 수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금융·증권 수사에서 '범죄수익 환수'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인적·물적 자원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수부 복원' 성과 강조하는 檢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검경 수사권조정·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검찰 수사 범위가 크게 축소됐는데, 합수부는 한 장관의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카드'나 '검수완박 우회로'로 평가된다.
합수부 수사에 힘이 실리는 것도 현 정권 실세로 불리는 한 장관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한 장관이 '검수완박'에 비판적인 견해를 비쳤던 만큼 합수본은 검찰 수사력을 입증해 '검수원복'의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합수부는 재출범 1년 만에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불공정거래사범 총 373명을 기소(48명 구속·325명 불구속) 하고 범죄수익 합계 1조6387억원을 추징보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에디슨EV 등 주가 조작 세력 사건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기업비리 사건 등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한 주가 조작,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 사태 △동일산업 등 5개 종목 주가 조작 사건 △테라루나 사건 등 가상자산 범죄가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에디슨EV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합수부는 총 20명(구속 12명)을 적발해 기소하고 합계 453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조치했다.
이는 2020년 1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이후 관련 범죄가 급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남부지검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후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 대응 역량이 약화돼 금융·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이 끊이지 않았다"며 '복원 1년' 합수단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어 "'단 한 번의 주가 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 및 가상자산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엄정한 수사를 통해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한편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법 시행(공포 후 1년)까지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상자산 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尹국정과제 금융·증권 범죄 수사 강화…'국민신뢰' 과제
합수부 설치는 지난해 5월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였다. 지난해 5월19일 남부지검에 처음으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설치됐고 1년 뒤인 올해 5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합수단이 동부지검에, 지난해 9월 국가재정범죄합수단이 신설됐다.
특히 금융·증권범죄 수사 역량 강화는 실생활과 밀접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주목도가 높은 만큼 '검찰이 합수단 수사로 국민 신뢰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합수부는 검수완박법인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으로 제한된 검찰의 직접수사 이슈와 맞닿아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6대 범죄까지 가능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지난해 9월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다시 축소된 상태다.
법무부가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검찰의 2대 범죄 수사 범위를 넓혔으나 과거에 비해 검찰의 직접수사는 크게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수부가 성과로 수사력을 입증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인다면 수사권 축소 위기를 해소할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출범 후 합수부의 성과는 주목할만 하다"며 "금융·증권범죄 수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금융·증권 범죄는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수사 성과가 나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합수부 수사 결과는 검경 수사권 조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합수부가 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범죄수익을 환수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합수부의 성과는 크게 주목할만 하다"면서도 "금융 범죄 수사에 있어 형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증권범죄 합수부를 설치한 것처럼 인력을 늘려 범죄수익환수 합수단도 따로 만들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더 나아가 피해수익을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도 몰수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과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합수단을 폐지한 것처럼 합수부가 검찰 내 조직으로 남을 경우 위치가 불안정할 수 있다"며 "합수부가 검찰 내 조직으로 머무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별도의 조직인 처나 청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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