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재개발·재건축 수주전…한남·압구정, 대형 건설사 사활
압구정·성수, 고급 주거지 조성 두고 정면 대결
미청산 갈등과 공약 논란 속, 신중한 선택 필요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며 대형 건설사 간의 치열한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동안 침체했던 시장이 한남뉴타운, 압구정,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주요 지역에서 활발해지며 이들 지역에서 시공권을 두고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이 뜨겁다. 각 구역의 상황과 건설사들의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남뉴타운,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두고 경쟁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1만 2000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재개발 사업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멈춰있던 개발이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94만㎡의 대규모 부지에 걸쳐 있는 한남뉴타운은 한강과 남산에 인접해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며, 향후 강남을 넘는 고급 주거지로 평가받고 있다.
3구역은 한남뉴타운의 '대장'으로 꼽히며 현대건설(000720)이 '디에이치한남'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6006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주율이 95%를 넘으며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2029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2구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태원역 근처의 역세권이라는 장점 덕분에 대우건설(047040)이 '118프로젝트'라는 공약을 내걸고 시공권을 따냈다. 21층 높이 건물을 지을 계획이나, 아직 서울시와 용산구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한남 5구역은 한강 조망권을 가진 알짜 입지로 평가되지만,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은 싸늘한 분위기다. 공사비도 기존 2~3구역보다 높은 평당 916만 원으로 책정했으나 지난 7월 DL이앤씨 단독 입찰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4구역은 삼성물산(028260)과 현대건설이 정면승부를 펼칠 예정으로, 양측이 고급 주거지 조성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4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수익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강남부촌' 압구정, '신흥 고급 주거지' 성수동 부상
서울 강남구 압구정 역시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3구역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경쟁 중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로 고급 주거단지를 조성하려는 전략을 내세우며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최근 강남구는 과열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들과 협약을 맺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할 계획이다. 압구정 재건축은 강남 핵심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 동부의 핵심 재개발 지역인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진행 중이다. 특히 성수 4지구는 한강 조망권을 갖춘 고급 입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지역은 주거지뿐만 아니라 상업·문화 시설을 갖춘 복합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공약 논란과 미청산 갈등…신중한 조합원 선택
일각에서는 각 구역에서 시공사들이 내세운 공약이 현실화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한남뉴타운 2구역의 경우, 대우건설이 '118프로젝트'라는 공약을 통해 최고 21층 높이의 건물을 짓겠다고 제안했으나,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시공권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남뉴타운 3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이 현대백화점 입점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부지 부족과 교통 문제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사비 인상에 따른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 문제도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공약만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공사비 인상과 분담금 부담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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