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이승만 기념관 만드냐" vs "국내 독립운동도 중요"(종합)
국회 정무위원회, 국가보훈부 등 대상 국정감사
야, 독립기념관장 자질 공세…여, 정부 옹호 주력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여야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2의 독립기념관 건립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놓고 맞붙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친일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집중포화를 퍼부었고, 여당은 새로운 독립기념관 필요성을 부각하며 정부를 적극 엄호했다.
정무위는 이날 국회에서 국가보훈부·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독립기념관·88관광개발(주)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야당은 보훈부가 수도권에 245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사업을 맹공하며 포문을 열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표 독립기념관 사업은 원래 8월 말 국회에 제출했던 예산안에는 없다가 9월에 제출한 예산에 포함이 됐다"며 "국가재정법상 절차도 안 지키고 국내외 독립운동을 갈라치기하고 정당성도 별로 없는 독립기념관을 굳이 진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이어 "이미 우리는 천안에 연면적 2만 3000평이 넘는 독립기념관이 있다. 갈라치기 같은 것"이라며 "새 독립기념관은 결국 이승만 기념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이정문 의원도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이 만약 정말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하면 전철을 놓든지 다른 교통 인프라를 설치할 생각을 해야지, 따로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그런 논리라면 국가보훈시설을 지역에 설치했다가 수도권에서 멀어서 불편하면 따로 서울에 또 설치할 거냐"고 반문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한다든지 독립기념관장이나 역사교육기관에 전부 뉴라이트를 배치하고 광복절마저 양분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관이라는 형태로 변형해서 졸속으로 기념관을 만들려고 준비 중인 보훈부를 보고 국민들은 친일파 논란이 있는 사람들이나 이승만과 같은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윤석열표 뉴라이트 기념관을 또 만들려고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과 연관성이 없다"며 "향후 의견을 다 수렴해서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야당은 뉴라이트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자질도 문제 삼았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김 관장을 겨냥 "우리 국민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역사관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독립기념관장을 하면 제대로 독립기념관을 운영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직격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 관장에게 직접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생각하냐"고 소리쳤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도 "일제강점기 국적이 일본이라는 게 개인적인 소신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관장은 "역사학자로서의 학문적인 소신"이라고 답변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2025년 정부 예산안에 독립기념관이 신청한 9억 원 규모의 사업을 보면 광복과 전혀 무관한 6·25 전쟁, 산업화,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하겠다고 적시되어 있다"며 "김 관장이 갖고 있는 뉴라이트 사관이 사업에 투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사실관계를 따져물으며 야당의 공격 차단에 주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 기념관 문제가 나오는데 만주나 중국에서 항일 무장 투쟁으로 항일 운동한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학교를 설립하거나 유치원을 설립하거나 물산 장려 운동을 하신 분들도 독립 운동의 자양분을 만든 것"이라며 "이런 분들을 기리는 것도 굉장히 민족 의식을 고취하고 교육을 하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훈부가 앞장서서 설명하고 항일 무장 독립 투쟁 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분야에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김 관장을 향해 "(독립기념관장 면접 당시) '일제강점기 국적은 일본이다.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서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변한 게 아니냐"며 "뒷부분은 빼고 일제강점기 국적이 일본이고 신민이라고 표현했다고 잘라서 말한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김 관장이 "광복회장이 그렇게 말씀하신 거 같다"고 하자, 윤 의원은 "보훈부에서 바로 잡아줘야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윤 의원은 "국가유공자단체법 제14조에 보면 유공자단체가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 반대하거나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활동을 할 경우에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보훈부가 소신을 가지고 논쟁이 안 생기게끔 중간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운동가를 더 많이 발굴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도 좋은 것"이라면서도 "보훈부가 일을 잘 못 하니까 절차가 안 맞고 어긋나니까 공격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강 장관은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것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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