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우크라 특사단 방한…무기 지원안 사실상 '폐기' 수순

우크라 특사단, 27일 尹·안보실장 예방
일정 '비공개'에 언론 브리핑도 없어…바뀐 정세에 정부 기류 급선회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과 회담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이다. 2023.9.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특사단이 방한해 우리 측에 무기 지원 및 구매 의사를 표명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정부의 무기 지원 방침도 '선회'하는 쪽으로 기류가 전환된 듯한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쟁 종식'을 공언한 상황에서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 데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한러관계 파탄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러시아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격적으로 방문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의 방한 일정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것은 이같은 정부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비롯한 특사단은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우리 측에 무기 '구매'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최근 유럽을 통해 155mm 포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상승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궁' 요격체계와 방공레이더도 지원 및 구매 대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정부는 북한군의 파병 초기 빠르게 정부대표단을 우크라이나에 공개 파견하면서 우크라이나의 특사도 방한할 것임을 알렸을 때와는 결이 다르게 특사단의 방한 일정은 모두 비공개하고 관련 언론 브리핑도 진행하지 않았다.

정부의 기류는 미국 대선 이후 급선회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시 미국은 물론 미국의 '종전 협상'의 대상이 될 러시아와도 불편한 관계가 될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우리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안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건 무기 지원인데 한국 정부는 그 요청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논의 자체를 공개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트럼프 측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한국까지 거론하면서 확장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오니까 상당 부분 변화가 감지되는 건 맞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무기 제공을 한다면 한국도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도 "지금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협력을 위한 첫발을 뗐다고 보는 게 맞다"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특사단을 만나 준 건 전쟁 상황에 대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성의를 충분히 보여준 것이고 앞으로 우크라이나하고 계속 협력을 한다는 의미가 함의돼 있다"라고 짚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