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입에 여권 들썩…'정치브로커' 선그으며 파장 진화 부심
윤 부부·김종인·이준석·나경원·원희룡 만남…친분설은 부인
'탄핵' '포렌식' 잇단 경고성 언급…한동훈 "신속 수사해야"
-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설' 중심에 선 명태균 씨의 발언 하나하나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명 씨는 여권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함과 동시에 추가 폭로 가능성을 언급하고,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명 씨 관련 접촉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여권 공멸 위기감 속 친윤·친한 계파를 넘어 명 씨의 발언 및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파장 진화에 부심하는 모양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명 씨가 본인이 직접 만났다고 주장한 여권 유력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이준석·김종인·나경원·원희룡 등이 언급됐다.
윤 대통령, 이준석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모두 명 씨와 지난 2021년에 첫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만남 주선자는 김영선 전 의원이었다.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린 부분은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관계다. 명 씨는 본인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관계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통령 부부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명 씨의 발언으로 인해 김 여사는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와 지난 4월 '22대 총선' 두 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 씨는 전날(8일) JTBC와 인터뷰에서 "아크로비스타 들어가면 대통령 집을 열어보면 개 한 마리 묶여 있다"며 "대통령 자택에 여러 번 갔고, 내부 구조도 훤히 알고 있다"고 윤 대통령 부부와 본인이 친분이 깊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선거 전인 2021년 7월 전후 2차례 만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여사의 경우에도 명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공천 개입 등의 요청을 거절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 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됐다"고 2차례 만났다고 설명했다.
또 "경선 막바지쯤 명 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다"며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 총선 당시 통화는 김영선 단수 공천 개입 요청을 거절하는 통화였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여사와 명 씨가 이외 연락을 지속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일개 인사의 발언들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기류도 읽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 상황과 명 씨 추가 발언 등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를 경우 오히려 의혹만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명 씨간 만남도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언론을 통해 김영선 전 의원의 주선으로 2021년 재보궐 국면에서 명 씨와 첫 만남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JTBC 오대영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2021년 5월 9일쯤에 그때가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끝난 직후인데 김영선 의원의 소개로 명태균 사장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명 씨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김영선 의원이 데려와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명 씨는 지난 8일 SBS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나경원·원희룡 당 대표 후보와 일주일 간격으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다만 명 씨 스스로도 인맥 과시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후보 단일화 등 후보들 사이에서 구체적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명 씨는 "만나달라고 해서 만나준 것"이라며 "무슨 역할을 하냐. 그냥 만나달래서 만나준 것"이라고 말했다.
명 씨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연이어 가지며 '탄핵'과' '하야'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까지 등을 돌리면 자신이 '꼬리 자르기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명 씨는 지난 7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만일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며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다. 이 발언에 파장이 커지자 명 씨는 전날 채널A에 탄핵·하야를 언급한 건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명 씨는 전날 SBS와 인터뷰에서 "전화기 4대 포렌식으로 다 살려놨다"며 "여사는 오빠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녹음 다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 등의 녹취가 담긴 휴대전화 4대를 갖고 있단 주장도 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다수 유력 정치인이 정치브로커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국민들께서 한심하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이미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된 분들, 관련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당당하고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명 씨 주변인들의 명확한 해명을 통한 파장 진화에 부심했다.
choh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