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서울편입·철도 지하화·경기 분도'…한동훈 수도권 비책
경기도 재편 TF 띄우고 尹민생토론회 8번 중 7번 경기권에서
MB뉴타운으로 수도권 111석 중 81석 확보…"자산가치 증식"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4·10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당 강세 지역인 경기도를 잇달아 찾아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철도 지하화, 경기 일부 지역 서울 편입, 경기 분도 등 맞춤형 공약도 잇달아 꺼내들었다.
4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경기도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이번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의석수는 59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난 총선에서 7곳에서만 당선됐다.
최근 한 위원장이 경기도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수원을 찾아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정책을 강조하고, 철도 지하화·광역 급행열차 등 대형 인프라 공약을 발표했다. 2일과 3일에는 각각 구리와 김포를 찾아 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메가시티' 공약에 힘을 실었다. 김포에서는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5일)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서울과 경기를 리노베이션(개보수)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경기 분도 문제도 적극 수용·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미 서울권이어서 서울로 편입되길 원하는 주민이 있고 그 주민의 민의가 모이면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경기 표심에 공을 들이는 것은 경기 지역 열세를 극복해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수원은 지역구가 5개나 되지만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불모지다. 김포(갑·을)와 구리 역시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한 야탕 텃밭이다. 지난 총선에서 김포 을(9.36%포인트차)을 제외한 수원 갑·을·병·정·무, 김포 갑, 구리 등 8개 지역구 모두 두자릿수 격차로 졌다.
특히 국민의힘은 '경기도 정치 1번지' 수원을 경기 남부 민심의 교두보로 삼고 공을 들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를 위해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준 전 국세청장,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을 수원에 투입했다. 인지도 높은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인물론을 강조하고, 굵직한 정책으로 이슈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이 이날부터 서울-경기 생활권 재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TF에서는 서울 편입, 경기 분도 문제와 함께 교통, 주거 문제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공약을 발굴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까지 아홉 차례 민생토론회를 열었는데, 이 중 일곱 차례(용인, 고양, 수원, 의정부, 하남, 성남 2회)를 경기권에서 열었다. 당정이 경기 표심 확보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이 18대 총선 당시 서울 표심을 잡았던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공약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광역단위 재개발 사업인 뉴타운 유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한나라당은 관악, 도봉, 노원 등 진보 강세 지역까지 거머쥐며 수도권 111석 중 81개 의석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수도권 민심이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월29일~2월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1.1%p(포인트) 오른 37.3%를 기록했다. 반면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2.2%p 하락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위원장이 메가시티를 계속 꺼내드는 것은 경기 일부 지역이 서울로 편입되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자산가치 증식은 여야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수원과 김포, 구리 등지에서 20%p 가까운 격차로 졌는데, 서울 편입 이슈로 최소 20% 이상의 표심이 이동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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