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온산병' 원인 밝힌 하라다 박사 별세, 향년 77세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발간한 '공해연구 1986년 겨울호'에 실린 하라다 마사즈미 박사의 생전 활동 모습.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 News1
</figure>울산환경운동연합은 미나마타병 등 수은중독 증상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인 일본 구마모토학원대학의 하라다 마사즈미 박사가 1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13일 밝혔다. 향년 77세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 환경보건시민센터, 울산환경운동연합 등은 하라다 박사를 추모하고 온산병보고서에 담긴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추모 모임을 갖는다. 1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소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릴 모임에서는 고인 소개, 고인의 한국관련 활동 안내, 추모 묵념, 추모사 낭독, 헌화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미나마타병 공해피해자의 의사 친구’이자 ‘지구촌 산업재해 및 공해피해자의 전문가 친구’로서 평생을 살다 간 고인을 기억하며 특히 울산과 하라다 박사의 인연을 생각하며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하라다 박사는 대표적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의 실체를 밝히고, 환자들을 위해 평생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울산 온산지역을 방문해 공해병인 온산병이 복합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박사는 산모가 수은에 오염된 생선을 먹고 이로 인해 태아에게 수은 오염이 전달돼 발생하는 선천성 미나마타병을 밝혀냈다.
신경의학을 전공한 의사인 박사는 구마모토 대학의 대학원생 시절인 1961년 여름, 최초로 미나마타병환자를 진찰했으며, 이들의 참혹한 피해에 충격을 받고 이후 이 병의 원인 연구 및 문제 해결에 평생을 바쳤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발간한 '공해연구 1986년 겨울호'에 실린 하라다 마사즈미 박사의 연구자료. 박사가 한국의 공해병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모습.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 News1
</figure>1964년에는 선천성 미나마타병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의학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당시에는 태반이 오염물질을 방어해 태아를 보호해 준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박사는 2002년 구마모토학원대학에 ‘미나마타병’ 연구과정을 개설했고, 2005년에는 ‘미나마타병 연구센터’를 세웠다. 이 센터는 의학 분야 외에도 사회학 등 비의료적 접근방식을 망라하는 다제학문적 방식으로 미나마타병을 연구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한국환경보건학회 주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한 바 있다. 한국뿐 아니라 브라질, 중국 등 수은중독이 발생하는 세계의 현장을 방문해 수은중독전문가로서 국제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1995년 유엔글로벌500 환경상을 수상했다.
하라다 박사는 특히 지난 1980년대 수차례 한국을 방문, 울산 온산에서 발생한 온산병 문제가 복합적인 공해병임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발간한 '공해연구 1986년 겨울호' 표지.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 News1
</figure>박사는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발간한 공해연구 1986년 겨울호에 '온산 공업단지의 환경오염'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싣고 “온산공단의 공해문제는 규모가 크다는 것과 피해의 심각성, 그리고 한국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기울여 조성한 거대공업지대인만큼 다른 예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온산공단 내에는 공장, 주택, 광석퇴적장, 논밭, 과수원 등이 뒤섞여 있으며, 더욱이 공장들은 제련, 석유화학, 석유정제, 비료, 염료 펄프 등 공해다발형 기업이 들어서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건설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폐수처리장 등의 정비도 불충분해 폐수가 하천 또는 바다로 직접 방출됐다고 우려를 표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공해연구 1986년 겨울호'에 실린 하라다 마사즈미 박사 및 연구자료 중 온산공업단지 지도 자료.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 News1
</figure>또한 이들 공장에서 누출 및 유출된 유독가스와 폐수로 주민들이 쓰러지고 양식 미역에 피해를 주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났고, 온산지역의 환경오염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오염원 대책과 주민 건강조사 실시 및 감시 필요성, 지속적인 환경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주민이 이주했다고 해서 제멋대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은 노동자의 건강 파괴 및 생활저하 유발을 불러일으키므로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사의 해당 연구 논문은 일본의 공해전문지 '공해연구' 1986년 봄호에도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발간한 '공해연구 1986년 겨울호'에 실린 하라다 마사즈미 박사의 '온산 공업단지의 환경오염'과 관련한 연구 자료. 첫 페이지.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 News1 김규신 기자
</figure>
hor201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