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총까지 챙겨"…강릉 관광지 숙박업소서 '대낮 칼부림'

사실혼 여성 살인미수 50대 징역 15년…"고의성 없어" 주장
재판부 "원인 피해자에 돌리는 등 반성 안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6월 18일 낮 1시쯤 강원 강릉시의 해변관광지 숙박업소. 초여름 손님으로 붐벼야 할 숙박업소엔 과학수사대 경찰관들로 가득했다. 입구 바닥 곳곳은 혈흔으로 가득했다. 대낮 관광지 한복판 숙박업소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피의자는 50대 A 씨. 그는 사건 전날 사실혼 관계 B 씨(40대)가 업무 차 강릉의 한 숙박업소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A 씨는 B 씨와 함께 무리하게 대출과 투자를 받아 모텔을 인수해 운영하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 졌고, 연락마저 뜸해지자 A 씨는 B 씨의 외도를 의심, 다툼이 잦아졌다.

지속적인 연락과 만남을 요구해 오던 중 이날 B 씨가 강릉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된 A 씨는 B 씨가 업무 때문에 방문한 이 숙박업소에 투숙했다.

투숙 전 이미 흉기 1개와 가스총 1정까지 챙긴 상태였다. 다음 날 오전 8시 30분쯤 프런트에서 B 씨를 만나 대화를 나눈 A 씨는 계속 만남을 거절당하는 등 갈등이 해결되지 않자 흉기로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날 낮 12시 54분쯤 숙박업소 프런트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A 씨는 흉기와 가스총을 챙겨 프런트 안쪽 내실로 숨어들어 B 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2분 뒤 카운터 안으로 들어온 B 씨가 A 씨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자, 그는 상의 주머니에 숨겼던 흉기를 꺼내 B 씨에게 휘둘렀다.

B 씨가 비명을 지르자 A 씨는 혹여 밖에 있는 사람이 듣고 볼새라, B 씨의 멱살을 잡고 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내실로 들어간 A 씨는 재차 B 씨를 흉기로 6~7회 찔렀다.

다행히 마침 B 씨가 비명을 지르고 내실로 끌려들어간 것을 본 투숙객이 있었고, 이로 인해 B 씨를 살해하고자 했던 A 씨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A 씨 범행으로 복부 등 총 7군데 자상을 입은 B 씨는 3차례 수술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회복여부를 추정할 수 없는 하지마비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전경.(뉴스1 DB)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프런트 내실에 들어간 것 역시 "숙박업소 공사 관련 서류와 돈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숙박업소 CCTV에 찍힌 A 씨는 당시 내실에서 바깥을 살피다가 투숙객이 지나가면 몸을 숨기고, 이내 다시 바깥을 살피다가 B 씨가 방 입구까지 접근하는 것을 기다려 범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선고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확정적인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가 대낮 관광지 숙박업소에서 칼부림을 한 A 씨에게 내린 죗값은 징역 15년.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피해자에게 원한을 품고 흉기를 미리 소지해 숨어 있다가 접근하는 피해자에게 행한 범행으로, 불법성이 매우 크다"며 "비록 그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면서 탄원을 통해 피해자를 비난,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