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바다" 납북자가족 해상 대북전단 살포 예고…당국 판단은?

이달 중 고성 거진항 앞바다서…"생사 확인 차원"
출항 막을 근거 없지만…어선법·항공법 저촉될 수도

최성룡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내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철회하고 발언하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달 경기 접경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던 납북자가족단체가 이번엔 '동해안 최북단' 해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이에 강원지역에서도 살포 저지 촉구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해경 등 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11월 중 '납북 어부' 많은 고성 거진항서 살포"

최근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달 중 강원 고성 거진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 대북 전단 5만장을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이미 어선 2척을 섭외한 상태로, 전단 살포를 위해 가장 중요한 풍향과 바다 물결 등 기상여건을 고려해 살포 날짜를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전단 살포를 계획한 '거진항'은 1960년대 동해안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된 '납북 어부' 사례와 그 가족들이 많은 곳이다.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 살포를 위해 섭외한 어선 역시 납북자 가족 소유 어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지난 2008년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거진항 인근 해상서 대북전단을 살포한 바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는 "거진항은 납북자 가족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그 의미가 깊다"며 "2008년 10월에도 거진항에서 대북전단을 보낸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 저도어장에서 조업 나서는 어선.(뉴스1 DB)

'대북 전단' 아닌 '생사 확인'…살포 저지 움직임도

지난달 경기 파주 접경지에서 대북 전단 5만 장을 살포하려다 경기도 등 당국의 저지로 물러선 이들은 자신들이 보내려는 것은 '대북 전단'이 아닌 북에 납치된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최성룡 대표는 "남북 화해무드 속에서도 납북자에 대한 생사 확인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북에 있는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은 납치된 가족들의 권리"라고 말했다.

다만 강원지역에서도 지난달 경기 접경지 사례처럼 살포 저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진보정당과 전농, 노동계 등으로 구성된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춘천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가족모임의 해상 전단 살포 예고와 관련, 강원도 차원의 단속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납북자가족모임이 강원 고성군 거진 앞바다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곳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김진태 도지사는 무관심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해 최북단 해상은 11월 현재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과 약 1.8㎞ 떨어진 최북단 '저도어장' 등 북방 어장의 막바지 조업이 한창이라, 이들 어업인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최성룡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내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시도하던 중 김경일 파주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집회신고' 아닌 '출항신고'해야…당국 판단은?

납북자가족모임이 동해상에서 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강원도와 해경 등 당국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들이 해상에서 전단을 살포하기 위해선 육상경찰에 '집회신고'를 하는 것이 아닌 해양경찰에 '출항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납북자 가족모임은 조만간 관할서인 속초해양경찰서를 방문해 출입항 신고서를 작성한다는 방침이다.

관할인 해경은 아직까지 허가 여부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출입항 통제 여부 등을 고려하겠단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해경이 '어선'의 출항 자체를 막을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선을 '고기잡이'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특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일반해역과 달리 강원 고성 등 접경해역은 어선 역시 매일 출항신고를 해야 하는 만큼, 승선원 신고서를 정확히 제출하고 출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허위가 있을 경우, 어선안전조업법에 위배될 수 있다. 또 해상에서 전단을 살포할 경우 항공안전법이나 해양폐기물법 등 관련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어선안전조업법 준수 여부와 안전성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어선 출항 허가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역시 관련한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 계획을 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