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주에만 있는 음식'…21년 '제주 깅이' 한우물 판 장인정신

[맛있는 향토일] 모메존 한수열 장인
직접 잡은 깅이로 '영양 가득' 죽 한 그릇…"식재료 모두 제주산"

편집자주 ...지역마다 특색이 담긴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가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토요일마다 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명맥을 잇는 명인과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향토일(鄕土日)이라는 문패는 토요일마다 향토음식점을 소개한다는 뜻이다.

한수열 모메존 대표. 2024.9.14/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엔 38년간 향토 음식만, 그중에서도 21년은 '제주 깅이' 요리에 몸을 바쳐온 장인이 있다. 바로 한수열 모메존 대표다.

전복, 보말(고둥), 성게 등 온갖 보양식 산지인 제주 바다에서도 '깅이'는 꽤 생소한 이름이다.

'깅이'는 제주 방언으로 '게'를 뜻한다. 다른 지역의 경우 갯벌에서 게를 잡지만, 제주 깅이는 바닷가 바위 사이 얕은 물 속에 살아 돌만 들추면 만날 수 있다.

전복죽, 보말죽은 관광지 식당마다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정통 깅이죽을 내놓는 집은 손에 꼽힌다. 한 대표는 옛 방식 그대로 깅이죽을 쑤어내 '제주 유일 깅이죽 장인'으로 선정됐다.

깅이는 3~4㎝의 작은 게지만, 칼슘·키토산이 풍부해 뼈와 근육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제주 해녀들은 깅이를 여름 보신용으로 먹어왔고, 깅이를 두고 '족아도 아주망하다'고 표현했다. 게는 '작아도 제 몫을 제대로 한다'는 뜻이다.

한 대표가 만드는 깅이죽의 재료는 깅이와 맵쌀뿐이다. 그 흔한 조미료 한 수저 들어가지 않는다. 깅이를 통째 믹서에 갈아 죽을 쑤기 때문에 그 영양소가 한 그릇에 그대로 농축돼 있다.

깅이 자체에 짭짤한 맛이 있어 소금은 따로 넣지 않고, 손님들이 직접 기호에 맞게 더할 수 있도록 상마다 구비했다.

재료가 단출하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갓 잡은 깅이는 해감이 필수지만, 그 작업이 까다로워 깅이를 주메뉴로 하는 곳은 제주에서 '모메존'이 유일하다.

깅이죽.(한수열 대표 제공)

죽 외에도 깅이로 육수를 내고 돌문어, 전복 등 온갖 보양식을 담아낸 '보양 칼국수'도 있다. 깅이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칼국수 역시 제주에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 대표는 깅이 보양 칼국수로 2010년 제주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깅이를 그대로 튀겨 한입에 먹는 '깅이튀김'도 별미다.

한 대표는 어머니가 해녀, 아버지는 뱃사람이어서 날 때부터 바다와 가까웠다. 겉모습은 식당 주인이지만, 그의 일과를 보면 사실 해녀와 다름없다. 20년 넘게 물때가 되면 바다에 나가 깅이부터 성게, 미역, 톳까지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채취해 오고 있다.

한 대표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는 제주산이고 웬만하면 바다, 들에 나가 직접 해온다. 손님이 없다고 앉아서 놀 새 없이 물때가 되면 바다에 나가고 고사리 철이면 산에 가고 이렇게 바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이 때문에 한 대표가 바다로, 들로 나가는 오후에 이 식당을 찾는 손님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제주에서도 깅이 요리를 하는는 이가 없다시피 한 만큼 한 대표의 자부심은 누구보다 크다.

내년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로 터전을 옮겨 깅이잡이 체험부터 교육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깅이를 더 많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제주 향토 음식의 한 축인 깅이요리를 전승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깅이요리를 한다는 게 인생의 큰 자부심"이라며 "허락할 때까지 계속 깅이요리를 하고, 또 알려 나가면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