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주에만 있는 음식'…21년 '제주 깅이' 한우물 판 장인정신
[맛있는 향토일] 모메존 한수열 장인
직접 잡은 깅이로 '영양 가득' 죽 한 그릇…"식재료 모두 제주산"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엔 38년간 향토 음식만, 그중에서도 21년은 '제주 깅이' 요리에 몸을 바쳐온 장인이 있다. 바로 한수열 모메존 대표다.
전복, 보말(고둥), 성게 등 온갖 보양식 산지인 제주 바다에서도 '깅이'는 꽤 생소한 이름이다.
'깅이'는 제주 방언으로 '게'를 뜻한다. 다른 지역의 경우 갯벌에서 게를 잡지만, 제주 깅이는 바닷가 바위 사이 얕은 물 속에 살아 돌만 들추면 만날 수 있다.
전복죽, 보말죽은 관광지 식당마다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정통 깅이죽을 내놓는 집은 손에 꼽힌다. 한 대표는 옛 방식 그대로 깅이죽을 쑤어내 '제주 유일 깅이죽 장인'으로 선정됐다.
깅이는 3~4㎝의 작은 게지만, 칼슘·키토산이 풍부해 뼈와 근육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제주 해녀들은 깅이를 여름 보신용으로 먹어왔고, 깅이를 두고 '족아도 아주망하다'고 표현했다. 게는 '작아도 제 몫을 제대로 한다'는 뜻이다.
한 대표가 만드는 깅이죽의 재료는 깅이와 맵쌀뿐이다. 그 흔한 조미료 한 수저 들어가지 않는다. 깅이를 통째 믹서에 갈아 죽을 쑤기 때문에 그 영양소가 한 그릇에 그대로 농축돼 있다.
깅이 자체에 짭짤한 맛이 있어 소금은 따로 넣지 않고, 손님들이 직접 기호에 맞게 더할 수 있도록 상마다 구비했다.
재료가 단출하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갓 잡은 깅이는 해감이 필수지만, 그 작업이 까다로워 깅이를 주메뉴로 하는 곳은 제주에서 '모메존'이 유일하다.
죽 외에도 깅이로 육수를 내고 돌문어, 전복 등 온갖 보양식을 담아낸 '보양 칼국수'도 있다. 깅이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칼국수 역시 제주에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 대표는 깅이 보양 칼국수로 2010년 제주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깅이를 그대로 튀겨 한입에 먹는 '깅이튀김'도 별미다.
한 대표는 어머니가 해녀, 아버지는 뱃사람이어서 날 때부터 바다와 가까웠다. 겉모습은 식당 주인이지만, 그의 일과를 보면 사실 해녀와 다름없다. 20년 넘게 물때가 되면 바다에 나가 깅이부터 성게, 미역, 톳까지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채취해 오고 있다.
한 대표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는 제주산이고 웬만하면 바다, 들에 나가 직접 해온다. 손님이 없다고 앉아서 놀 새 없이 물때가 되면 바다에 나가고 고사리 철이면 산에 가고 이렇게 바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이 때문에 한 대표가 바다로, 들로 나가는 오후에 이 식당을 찾는 손님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제주에서도 깅이 요리를 하는는 이가 없다시피 한 만큼 한 대표의 자부심은 누구보다 크다.
내년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로 터전을 옮겨 깅이잡이 체험부터 교육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깅이를 더 많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제주 향토 음식의 한 축인 깅이요리를 전승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깅이요리를 한다는 게 인생의 큰 자부심"이라며 "허락할 때까지 계속 깅이요리를 하고, 또 알려 나가면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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