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질·성희롱 논란 과기한림원…"개방적 거버넌스로 재발방지"
이달 임기 시작 정진호 신임원장 "노벨상 후보 인재 발굴·육성"
"시니어 석학 중국으로 유출 심각…전주기 인재 확보 정책 추진"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과학기술 석학단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해 직장 내 갑질·성희롱, 임원진 외유성 출장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달 임기를 시작한 정진호 신임원장은 이사회 30%를 외부 인원으로 꾸리고 정관 변경을 추진해 거버넌스를 쇄신한다.
18일 한림원은 서울 중구에서 원장 취임 간담회를 통해 올해의 조직 운영방향 및 사업 계획을 공유했다.
정 원장은 "내부 인력으로만 이사회가 구성돼 운영이 폐쇄적이란 점이 지적됐다"며 "이를 개선해 문제를 재발 방지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에서도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 올해 11월 총회에서 개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관은 올해 주요 사업으로 노벨상 후보를 발굴·집중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비 직접 지원보다는 기관이 가진 외국 아카데미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연구자 활동 무대를 넓혀주겠단 내용이다.
정 원장은 "한국에서도 이공계 분야 노벨상이 배출돼야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수학판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며 "노벨상을 받을만한 탁월한 인재를 발굴해 정부 쪽에 집중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감소 중인 과학기술 인재 풀을 회복하고자 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공계 진학 기피뿐 아니라 정년 후 갈 곳을 잃은 시니어 석학들이 중국 등으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기 진작 방안, 대학·국가·기업 차원에서 석학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기관은 기초 과학과 응용 연구 간 균형 있는 투자를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첨단 게임체인저 기술 등 응용기술 중심으로 투자를 강조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 과학을 향한 투자를 홀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 원장은 "응용 분야의 발전을 위해선 기초 과학이 필요하다. 서로 무관한 게 아니다"며 "균형 잡힌 (예산 지원 등)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관이 과학기술계를 진정 대변하려면 때론 정부 방향성에 반하는 정책적 조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연구 현장의 불안감을 키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서 한림원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지 못했다.
정 원장은 "미국, 일본 등은 안정적인 시스템이 과학계를 끌고 간다면 한국은 위에서부터 임명된 '인사'가 이를 좌지우지해 아쉽다"며 "기관은 게다가 정부 예산도 받는다. 정부와 현장 간 상충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정책화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기관의 주요 역할인 과학적 자문은 2가지 트랙으로 전개한다. 학문 분야별 중점 이슈는 기존처럼 상향식으로 주제를 발굴한다. 하지만 중국발 딥시크 쇼크 등 국가 R&D 방향성에 큰 변화가 요구될 때는 하향식으로 신속하게 의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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