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비용 사회가 부담해야…국가 재정 투자는 당연"(종합)
복지부,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 개최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지 3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 주최 토론회에서 "전체 의료비의 1%, 아니 0.5%라도 전공의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투자해야 병원이 전공의를 지도할 전문의도 뽑고 수련환경을 개선하여, 그 편익이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취지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캔싱턴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선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장(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같이 말하며 "전공의 수련비용을 사회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교육받으며 근무도 하는 '피교육생'·'수련생' 신분이다. 1년 인턴 과정, 3~4년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시험을 본다.
이선우 교수는 현재 1년의 인턴 과정을 2년으로 늘려 1차 진료의사 양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언급했다.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야 진료 자격을 주자는 취지로 인턴이란 용어 대신 '임상 수련의'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도 했다.
그는 또 전공의 수련과 교육을 제공할 '교육전담전문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역량 중심, 성과 바탕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전담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고 필요한 재원은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는 "개별 수련병원 단위가 아닌 범국가적 표준 수련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면서 전공의 권익 보호, 인권 문제, 수련환경 제도와 교육 수련병원에 대한 학회의 지도·감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문제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의료비의 1%만, 아니 0.5%라도 전공의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며 "투자를 해야 지도전문의가 늘고 수련 환경을 개선한다. 의사의 능력이 좋으면 모든 이득은 환자에게 간다"고 제안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전공의는 노동자보다 '피교육생'의 성격이 강한 직종"이라며 수련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련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경우,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전공의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은 "전공의 수련은 국민 건강, 공공 건강을 지키는 전문의를 양성하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며 "국가의 재정적 투자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양 부원장은 지난 2019년 기준 전공의 수련에 들어간 비용이 연간 8200만원이었고 전체 전공의들의 수련을 위해서는 1조9000억원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에 10조원 플러스 알파를 투자한다고 했는데 이 알파는 전공의 수련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구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전공의들은 70~80%, 많게는 90% 이상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 전공의를 교육해야 할 지도전문의는 진료, 연구, 교육 삼중고에 시달린다"면서 "잘 배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실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907명)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85명(92.9%)이라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밝혔다. 중대본은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대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3월 중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월 100만원씩 수련비용을 지원한다"면서 "분만·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조속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조정관은 전공의의 연속근무 36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조속히 검토하겠다면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은 하나하나 점검해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하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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