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 세대교체 필요…동물병원 왜곡된 시각 바로잡고파"[펫피플]

[인터뷰]최이돈 제17대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허경 기자 = "수의계 세대교체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여 사람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습니다."

제17대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카하) 회장에 선출된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의 일성이다.

VIP동물의료센터는 국내 수의계를 선도하는 대형동물병원 중 한 곳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1인 동물병원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VIP동물의료센터와 같이 규모가 큰 동물병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건강한 삶에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수의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갔다. 이제는 더 이상 동물에게 약이나 파는 동네 주민이 아니다. 수의대생은 의대생과 똑같이 6년 동안 학교를 다니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렇게 습득한 지식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 환자와 보호자라는 두 명의 고객에게 나눈다.

1989년 '소동물임상연구회'로 출범한 동물병원협회는 그동안 1인 병원 원장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그러다 이번에 국내 손꼽히는 병원의 원장이 수장을 맡으면서 협회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8년 열린 '한국동물병원협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최이돈 회장(협회 제공) ⓒ 뉴스1
2008년 열린 '한국동물병원협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최이돈 회장(협회 제공) ⓒ 뉴스1

"한국 동물의료, 글로벌에 알리고 위상 높이겠다"

최이돈 회장은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협회를 키우고 국내 선진 의료기술과 동물복지를 글로벌에 널리 알리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최 회장은 "동물병원협회는 지난 36년 동안 동물임상 발전을 함께 해온 단체"라며 "그런데 최근 다른 협회, 학회 등이 많이 생겨 분산되다 보니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일명 '병아리 수의사' 시절부터 20년 이상 협회에 몸담았다. 어느덧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나이가 된 것. 그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적임자가 됐다.

최 회장은 큰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해 보는 시각을 넓혀왔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협회를 더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다른 수의사들의 시야도 넓혀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앞으로는 협회 회원도 개인 회원뿐 아니라 병원 회원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회가 동물병원 수의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병원 운영을 위해서는 임상뿐 아니라 인사, 세무, 노무 등을 모두 해야 한다. 1인 동물병원의 경우 진료하기도 바빠서 다른 실무를 놓칠 때가 많으니 협회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수의사가 주도하는 국제행사를 통해 민간외교를 펼쳐 대한민국의 위상을 올리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지난해 대한수의사회는 제23차 아시아태평양수의사회 총회(FAVA, 파바)를 대전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는 동물병원협회가 주도하는 제13차 아시아태평양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파사바)가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

국내 수의학술대회에서 외국의 저명한 수의사들을 초빙한 강의는 인기가 높다. 그런데 이제는 국내 수의사들도 외국에 나가 강의를 하면 강의장이 가득 차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외국에서 한국의 수의사와 의료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된 것. 최 회장 또한 중국동물병원경영콘퍼런스(CNAHMC) 강의를 앞두고 있다.

그는 "수의사들이 인터내셔널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과 상호 학술과 인력 교류 등을 더욱 활성화하면서 의료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협회에서 진행하는 학술대회도 국제행사로 키울 계획이다. 그는 "파사바를 잘 치러야 한다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파사바를 성공시키고 내년부터 카하 학술대회를 인터내셔널하게 하려 한다. 훗날 대만 등에서 카하 학술대회를 치를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반려동물 수술을 하고 있는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VIP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현실 반영하지 않은 정책, 문제…문화사업 추진"

최이돈 회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법안을 발의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임상 수의사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도 하려 한다.

최 회장은 "협회의 존재감을 살려서 정부가 동물의료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왜곡된 시각이 많다"며 "특히 진료비 문제를 두고 매스컴에서 '병원비 천차만별'을 얘기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와 배경, 해결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의 경우 공적 의료보험이 있지만 동물은 그런 제도가 없다. 동물등록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 펫보험 활성화가 요원하다. 동물병원은 엄밀히 따지면 개인사업자라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공공의료인양 규제만 받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은 "많은 수의사들이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한다"며 "사람 병원 의사들보다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지만 환자(환견, 환묘)를 생각하는 마음은 사람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동물병원 앞에 유기된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수의사들이 꽤 많다. 최 회장 또한 VIP동물의료센터가 태동한 동대문점에 버려진 3세 강아지를 반려견으로 키우다 19세에 하늘나라로 보낼 정도로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는 "정말 똑똑하고 윤리적인 사고를 가진 후배 수의사들이 많다"며 "이 소중한 인재들이 위축되지 않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선배들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각한 것이 '문화사업'이다. 향후 반려동물 보호자 세미나를 열어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에서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건강검진 캠페인 등을 통해 올바른 양육 정보를 알려줄 예정이다.

대한수의사회 법제윤리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동물병원의 과대·과장·허위 광고로 인한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동물의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외부적으로는 동물병원과 수의사에 씌워져 있는 부정적 프레임을 개선해 성숙한 동물의료 문화가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유종의 미는 펫로스증후군(동물이 죽은 뒤 우울감) 극복을 돕는 일이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떠나보내는 보호자의 대부분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후회를 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수의사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자칫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도 생긴다.

최 회장은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보호자도, 수의사도 사실은 둘 다 힘들 수 있다"며 "억울한 보호자도, 오해받는 수의사도 생기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동물이 아프면 사람의 삶의 질도 떨어진다"며 "동물의료가 발전해야 사람의 삶의 질이 올라가고 행복감이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동물병원협회가 우리나라 동물병원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협회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며 "임상 수의사와 동물병원, 나아가 사람과 동물의 동행을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해피펫]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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