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유탄' 두산 지배구조개편 제동…박상현 "방안 모색"(종합2보)
두산밥캣, 두산에너빌 자회사→두산로보틱스 자회사 이전 계획 불발
12·3 비상계엄에 주매청 아래로 주가 급락…"돌발상황에 신중한 검토"
- 최동현 기자,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무산됐다. 최근 계엄 사태로 인한 주가 급락 영향으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로드맵이 차질을 빚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두산로보틱스(454910)는 10일 각각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7월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지분율 46.06%)을 분리한 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금융당국과 주주들 반발에 철회했다.
이후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안을 살려 재추진했다. 즉 기존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의 지배구조를 ㈜두산→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돌발 변수가 돌출, 주가가 급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원전주'로 분류됐던 두산에너빌리티가 분할합병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유탄을 맞은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달 말 2만2000원 대에서 이날 현재 1만7000원 대로 곤두박질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가격(2만 890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상당수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 권리를 얻기 위해 분할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는 6000억 원이다. 한도를 넘을 경우 추가 자금을 확보해 분할합병을 추진할 수는 있다. 다만 현재 재무 여건과 미래 투자 계획을 고려했다.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사실상 기권 의사도 합병 철회에 작용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기준으로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에만 찬성하겠다는 조건부를 걸었다. 그 외에는 기권하기로 했다.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통과 역시 어렵다. 회사 분할·합병은 특별결의 사안이다. 주총 통과를 위해선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 특수관계자 지분은 최대주주인 ㈜두산(30.39%)을 포함해도 30.67%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이 이탈한 만큼 찬성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4차 주주서한을 통해 "주가 하락에 따른 상황 변동으로 분할합병 안건의 주총 특별결의 가결 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고 주총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박 사장은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하여 대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두산그룹 관계자는 향후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주총 철회는 갑작스러운 대외 여건에 따른 결정으로 향후 일정에 대한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