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에 K-함정 수출 위기…"방산업계에 '원팀' 정신 필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쌍방 고소·고발 취하로 화해 무드
KDDX 사업 및 글로벌 함정 수주전 협력 가능성 주목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화오션(042660)이 최근 HD현대중공업(329180)에 대한 경찰 고발 사건을 취소한 이후 양사가 경쟁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공동 수주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비롯해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에서 '특수선 양강'의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냈던 고발에 대해 취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3월 기자회견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선 지 8개월 만이다.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2년 10월부터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 설계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으로 공유한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했지만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고, 한화오션은 3월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결정을 두고 "KDDX 사업의 적시 전력화로 해양 안보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선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이 25일 "지난 5월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취하서를 제출한다"고 화답해 양사간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10조 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SEA 3000) 입찰에서 양사가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국내 경쟁사간 협력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일본·독일·스페인 등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든 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개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결국 호주 정부는 독일 TKMS와 일본 미쓰비시 모델을 선택했는데, 특히 일본의 경우 일본 정부의 지원과 외교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자국 기업 협력을 주도하며 수주에 적극 참여했고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동맹(AUKUS)에도 참여해 외교적 채널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방산 업체들이 협력한 다양한 사례가 있다. 2010년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FREMM 다목적 호위함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군력 강화를 목적으로 프랑스 방산 기업인 DCNS(현 나발그룹)와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가 공동으로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2002년 진수된 충무공이순신함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대우조선해양이 상세설계를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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