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가 16개 쌓겠다"…SK하이닉스, HBM3E 16단 계획에 담긴 뜻

내년 초 샘플 제공·이르면 상반기 양산…'최초' 타이틀 유지
HBM4 출시 전 고성능 제품 수요 부응…'16단' 기술 안정성도 제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차세대 AI Memory의 새로운 여정, 하드웨어를 넘어 일상으로’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16단 개발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 HBM 시장 지배력을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세대 제품에서 한발 더 앞서나가는 동시에, 경쟁사가 반전의 승부처로 삼고 있는 6세대 HBM(HBM4)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밑작업이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SK AI 서밋'에서 "차세대 HBM4에서 12단과 16단 제품이 주력으로 예상돼 HBM3E를 이용해 선제적으로 개발 중"이라며 "내년 초 HBM3E 16단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BM3E 16단 제품은 역대 HBM 최고 용량인 48GB(기가바이트)가 구현된다. 현재 가장 앞선 제품인 HBM3E 12단 용량은 3GB D램 단품 칩 12개를 적층한 36GB다. 곽 사장은 "현재까지 개발된 HBM3E 16단 제품을 이용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12단 대비 학습 성능은 18%, 추론 성능은 32%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HBM3E 8단과 12단 제품이 샘플 제공부터 양산까지 4~7개월 걸린 점을 고려하면, 16단은 내년 초 고객사 샘플 제공 후 이르면 상반기 중 양산될 수 있다.

곽 사장은 지난 5월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계획대로 지난 9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HBM3E 8단은 지난해 8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7개월 만인 올해 3월부터 양산해 고객사 납품을 시작한 바 있다.

내년 상반기 HBM3E 16단이 출시되면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HBM4 양산 전까지 신제품 공백을 메우고 고객사들의 고성능 제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차세대 AI 가속기 개발에는 핵심 부품인 HBM의 성능 개선이 필수적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전날 SK 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BM4 생산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HBM3E 16단 개발을 통해 HBM4 16단에 필요한 패키징 기술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6단에는 양산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을 활용하고, 백업 공정으로 하이브리드 본딩도 함께 개발한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두 개의 칩셋을 붙일 때 기존의 범프(bump) 없이 구리 배선의 패드끼리 직접 붙이는 기술이다. 본딩 층의 두께와 범프 간격이 줄어들면서 패키징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 공정으로 D램을 쌓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20단 이상의 HBM 양산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패키징 개발 담당인 이강욱 부사장은 지난달 24일 '반도체 대전(SEDEX) 2024' 기조강연에서 "HBM이 20단, 24단, 32단 어디까지 갈지 모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중심으로 스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