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만드는 TSMC 공장, 지진에 '중단'…공급망 우려 커져

6.4 규모 지진 TSMC 팹 가동 중단, 직원 대피…작년엔 7.2 지진 피해
"복구 위해 엔지니어 투입"…진보된 공정 대만에 남긴다지만 우려 여전

A security guard walks past a company logo at the headquarters of the world's largest semiconductor maker TSMC in Hsinchu on January 29, 2021. (Photo by Sam Yeh / AFP) ⓒ AFP=뉴스1
A security guard walks past a company logo at the headquarters of the world's largest semiconductor maker TSMC in Hsinchu on January 29, 2021. (Photo by Sam Yeh / AFP)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의 지진 리스크가 다시 한번 불거졌다. TSMC의 첨단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남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요 빅테크의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대만 중앙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17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대만 중부 및 남부의 TSMC 팹(공장) 근로자 일부가 대피했다. TSMC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직원들은 즉시 대피했다"며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지진 프로토콜에 따라 TSMC는 팹 내 장비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해당 공장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AMD 등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모바일프로세서 등 3나노 기반의 첨단 칩을 생산하는 곳이다.

TSMC는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공상시보는 "현재 엔지니어들이 생산능력 복구를 위해 팹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TSMC의 리소그래피 등 장비는 지진 예방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결함 발생 가능성이 있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지진으로 타이베이를 포함해 전역에서 진동감이 감지됐다. 타이난시의 경우 지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난시구에서 시민 4명이 부상했다.

대만은 지난해 4월에도 7.2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당시 동부 화롄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3명이 사망했으며 TSMC는 공장 가동 중단과 웨이퍼 손실 등으로 인해 9200만 달러(약 1325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대만에 공장을 둔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도 지진으로 인해 D램 생산량이 줄었다.

주요 빅테크의 첨단 칩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TSMC는 일본 구마모토와 미국 애리조나에 신규 팹을 짓고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최선단 공정은 여전히 대만에 남아있어 지진 리스크를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가장 진보된 공정은 대만에 남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3나노와 2나노 등 최첨단 공정에 대한 빅테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파운드리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를 대체 불가능한 파운드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팹 가동 중단으로 생산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진으로 인한 TSMC의 생산 차질이 반복된다면 삼성전자 등 경쟁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도 "TSMC 생산 차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우리 기업의 메모리 제품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