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가 하락까지 버틴다"…공매도 후 '버티기' 세력 30곳 달해
90일 이상 대차 시 정보보고 의무화 이후 첫 '수치' 확인…'이유' 파악은 없어 한계
"공매도 상환기한 정해라" 개미들 요구…전문가 "오히려 불리"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90일 이상 장기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대차 정보 보고를 의무화한 가운데, 공매도를 해놓고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장기간 '버티기'에 돌입한 세력이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에서 90일 이상 장기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기관 규모를 공식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매도를 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 세력은 큰 손실을 입게 되는데, 이를 버텨낼만한 자금력이나 주가하락에 관련된 '정보' 등이 있다면 버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공매도 '상환기한'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에 나온다.
◇'장기 공매도 세력' 확인돼…'이유' 파악은 하지 않아 한계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공매도 제도개선 이후 금융당국에 대차기한이 90일을 경과해 '장기 공매도'를 했다고 보고한 외국인이나 기관이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90일이 경과된 기관이 순차적으로 보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28일 공매도 제도보완책을 발표하면서 90일 넘게 공매도 목적의 대차를 하는 경우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빌린 뒤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행태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지난해 12월 별도의 법률 개정 없이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제도를 실행됐고 90일이 경과한 공매도 기관이 금융당국에 처음으로 보고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90일 이상 장기 대차 상황을 당국에 보고하면 이후 금융당국과 검찰은 혹시 장기 공매도로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를 하지는 않는지 중점 감시 대상에 포함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기투자'에 대한 위험부담 분산(리스크 헷지)을 위해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 유지하는 경우는 보고 대상이 아니다. 개인 공매도 역시 보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이번에 보고를 한 기관들은 순수하게 공매도로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대차를 하고 그 기간이 90일을 경과한 장기 공매도 세력이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기관의 공매도 대차기간은 평균 70일 정도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70일 안에 공매도로 수익을 내든, 주가가 상승해 손실을 보고 숏커버링(공매도로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을 하든 70일 정도면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90일 이상 장기 공매도에 대한 '이유'는 보고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제도개선 땐 공매도를 쳐 놓고 90일 이상 버티는 이유에 대해서도 당국에 설명을 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공매도 장기 보유 보고 형식은 [체결일, 체결종목, 종목코드, 체결수량, 상환 예정일] 정도에 그친다.
즉 당국 입장에선 90일 이상 장기보유 현황은 알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이유 파악이나 이를 통한 장기 공매도 억제는 쉽지 않은 구조다.
◇"공매도 상환기한 정해라" 개인 요구…전문가 "오히려 불리"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상환기한 제한'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수백·수천억원, 많게는 조단위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매도를 해놓고 실제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 '버티기'를 하면서 계속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면 주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입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사실상의 '시세조종'이라며 강한 불신을 품게 된 것도 이같은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매도 상환기한 규제를 하는 것은 오히려 기관이나 외국인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며 개인이 되레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한을 개인처럼 90일로 제한하라는 것은 오히려 외국인과 기관들이 최소 90일동안 차입한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기한을 설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은 90일 상환기한 이내엔 빌린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로 주식을 차입할 때 별도 상환기한을 두지 않는 대신 필요시 빌린 주식을 즉각 되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관리 차원에서도 상환기한을 규제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도 짚었다.
이 전문가는 "만약 외국인과 기관의 상환기한을 90일로 제한한다면 국내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오히려 우량주를 대거 매도할 유인이 생긴다"면서 "현재 대형 펀드들은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배당이나 대주 수수료 등을 받고 있는데, 한번 빌려줬을 때 90일간 돌려받지 못한다면 보유 매력이 떨어진다고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상환기간 규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차거래는 국제증권대차표준 계약서(GMSLA)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따라서 만기 없이 대여자 반환요청이 있다면 차입자가 즉시 반환하는 구조"라면서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도 모두 (상환기한 없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제 거래관행 상 우리나라만 (상환기한 등을) 규제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이에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대차기한이 90일 이상 유지될 경우 집중 모니터링해서 혐의점이 있으면 바로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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