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정 "동료 개그우먼들 집단 따돌림에 때려치웠다" 은퇴 이유 고백

(유튜브 채널 '지훈앤수정'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MBC 개그우먼 출신 천수정이 캐나다에서의 근황을 전한 가운데 연예계 은퇴 이유를 밝혔다.

천수정은 지난달 14일 유튜브 채널 '지훈앤수정'을 통해 '내가 개그우먼을 때려치운 이유,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나는 개그우먼이었다. 지금은 연예계를 떠나 캐나다에서 정착하려고 노력 중인 평범한 엄마이자 가장 사랑하는 이의 아내가 됐다. 2008년 MBC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했기 때문에 지금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데뷔 초부터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는 내내 남모를 아픔으로 너무나도 괴로웠고 불안한 마음뿐이었다. 그해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겉으로는 인정받은 거 같았지만 사실 나의 속은 병이 들고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직장 내 폭력 속에서 마치 너무도 거대한 빙산을 만난 나룻배가 된 것만 같았고 이리저리 그 안의 파도에 파묻혀 그 소음들 속에 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화려한 게 전부가 아니었던 진짜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한국을 떠나 호주로 도피도 해보았고 다른 일을 찾아보고 상담도 받으면서 잊으려 노력해 봤지만 그 트라우마가 된 시간은 나를 오랫동안 쫓아다니며 괴롭혔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천수정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힐 줄 알았지만 오히려 나를 더 가두게 됐다. 도를 넘어선 신체적 언어적 폭력과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수치심들. 그리고 집단 따돌림들. 지금은 갑상샘 질환으로 그때와는 변해버린 목소리지만 20대 초반의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며 윽박지르며 비웃었던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뛰고 가슴이 아파온다. 더는 견디기 힘들어 도망치다시피 그들을 떠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지훈앤수정' 갈무리)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었을 것 같았다는 그는 "정말 때려치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때려치웠다는 표현이 제일 속이 시원한 것 같다. 누군가는 나를 루저라고 비난했지만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만 했다"라며 은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했다.

이어 "아직도 나는 그들이 나오는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은 캐나다에서 그동안 가두어뒀던 나를 찾아나가고 있다. 가해자가 아닌 내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살았던 시간이 이제는 부질없이 느껴지고 이 큰 세상 속에서 제일 헛된 시간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개그우먼을 때려치웠던 이유. 그리고 연예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최고의 복수는 용서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의 기억에서 10여 년쯤 멀어진 지금 나는 용서하려고 한다. 그게 내 삶에서 가장 큰 복수가 될 테니까. 그게 내 삶에서 가장 큰 복수가 될 테니까. 지금 이 독백이 내 삶의 고해성사가 되어 억눌렀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솔직하게 살고 싶다. 겉으로 화려한 모습으로 살았던 그 시간보다 평범하게 사는 지금이 가장 위대한 삶이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