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담감 덜고 재미 보장"…스핀오프 예능 전성시대 [N초점]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요즘 방송가는 '스핀오프 예능'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연프'(연애 프로그램)는 물론, 기존에 자리 잡은 인기 예능들까지 스핀오프 버전을 활발히 제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티빙에서는 지난달부터 오리지널 예능 '김성근의 겨울방학'(이하 '겨울방학')을 방영 중이다. '겨울방학'은 JTBC '최강야구'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64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최강 몬스터즈 감독 김성근이 비시즌에 선수단과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다. 그간 '최강야구'에서 야구에 진심인 모습을 주로 보여왔던 김 감독은 '겨울방학'을 통해 선수들과 처음 휴가를 함께 보내며 전에 없던 매력을 발산한다. 덕분에 '겨울방학'은 티빙 주간유료가입기여자수 예능 중 1위(2월 25일 발표)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tvN '식스센스'는 최근 8부작 스핀오프인 '식스센스: 시티투어'를 선보이는 중이다. 기존 '식스센스'와 차별점은 '무해함'. 지난달 진행된 'CJ ENM 콘텐츠 톡 2025'에서 정철민 PD는 "'식스센스'가 자극적이고 매콤하고 게임이 많아 '핫'했다면 '식스센스: 시티투어'는 '겨울'에 가깝다"라며 "도파민 터지는 소재와 무해한 멤버들이 함께 편안하게 어우러지는 키워드를 담았다, 게임을 없애고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도심 속 '핫플'에서 가짜를 찾고 돌발상황과 대화를 나누는 구성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식스센스'와 다른 매력을 가진 '식스센스: 시티투어' 역시 2049 시청률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채널 4주 연속 동시간대 1위(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를 기록하고 있다.
'연프' 스핀오프 제작은 특히 활발하다.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은 '환승연애' 출연 후 성장한 출연진이 다시 만나 그리는 에피소드를 8부작 리얼리티로 선보였고, 지난 12일 종영했다. '연프'의 원조 격인 '하트시그널'은 스핀오프 '하트페어링'으로 진화한 스토리 텔링을 만든다. '하트시그널'이 '연애'에 집중했다면, '하트페어링'은 '결혼'에 초점을 맞추고,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는 솔로' 제작진은 첫 번째 스핀오프인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에 이어 두 번째 스핀오프 '지지고 볶는 여행'을 론칭했다. '나는 솔로' 유니버스 내에서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된 출연자들이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예능의 등장은 당연해졌다. TV조선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이들을 등장시킨 예능 '미스&미스터트롯 추억여행'을 6부작으로 방영했고, '미스트롯3'에 등장했던 이들은 현재 '미스쓰리랑'에 출연 중이다. 지난달 종영한 MBN 서바이벌 '현역가왕2'는 최근 방영 중인 '현역가왕2 갈라쇼'로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일가왕전'의 스핀오프 '한일톱텐쇼'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는다.
지난달 종영한 '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이하 '콩콩밥밥')는 2023년 방영된 농사 예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이광수와 도경수의 구내식당 영업기를 담았다. 두 사람의 좌충우돌 식당 영업기가 소소한 재미를 준 '콩콩밥밥'은 매회 수백만 뷰(채널 십오야 유튜브 기준)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JTBC '아는 외고'는 캐릭터 버라이어티 쇼인 '아는 형님'의 스핀오프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었다. 덕분에 정규 편성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스핀오프 작품들이 원작 시청자들을 위한 '팬 서비스' 정도의 개념이었다면, 이젠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여겨지며 그 자체로 인기가 높다. 스태프들 역시 스핀오프 버전을 공들여 제작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스핀오프 예능 제작이 활발해지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가성비'를 꼽는다. 프로그램을 론칭해도 인지도를 쌓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미 유명한 예능의 스핀오프를 제작하면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해 알리기가 더 수월하고 전체적으로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검증받은 포맷으로 재미를 보장할 수 있는 것 역시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지도를 쌓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특히 최근 들어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짧아지지 않았나, 빠르게 치고 빠지는 아이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라며 "그렇기에 채널 입장에서는 새로운 예능을 론칭하는 것보다 스핀오프를 만드는 게 가성비가 좋다, 시청자들에게 통할지 빨리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엔 예능도 '팬덤'을 형성하기에 스핀오프 버전을 제작할 경우 기존 팬덤의 관심을 끌고 지지도 얻을 수 있다"라며 "여러 방면에서 스핀오프 버전을 제작하는 것이 부담 없는 상황이라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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