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선물' 물건너가나…전공의 대표 "산타는 없다"
협의체 "크리스마스 전 성과" 포부…2025년 정원 여전히 걸림돌
의협 비대위원장 내일 결정…박단 "박형욱 교수 추천…소통 기대"
- 천선휴 기자, 권형진 기자,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권형진 한상희 기자 = '반쪽'으로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가 첫 회의를 가진 뒤 "크리스마스 전까지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전공의 대표가 "산타는 없다"고 일말의 여지를 차단했다.
다만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으로 의료계가 전열을 재정비하게 되면서 의료계가 그간 요구해왔던 '2025년 증원 백지화' 문제 등 의정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여·의·정 협의체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이날 정부에 △사직 전공의 복귀 문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 마련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활동 중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 중단 △2025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대안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회의는 첫날인 만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를 마친 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가능한 다음달 22일, 23일이나 그 전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서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협의체 회의를 주 2회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소식을 들은 전공의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자신의 SNS에 "산타는 없다"고 이들의 기대를 일축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폭락한 지지율을 언급하며 "대통령 지지율은 17%, 대구 경북의 긍정 평가는 23%, 부정 평가는 63%. 그간 대통령을 지지하던 대구 경북, 노인층마저 정말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며 "여당과 한동훈 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단을 주저하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수장은 17%의 대통령과 함께 몰락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지금까지 평행선만을 달리던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임현택 전 회장의 탄핵으로 새 국면을 맞게됐다는 기대를 내보이고 있다.
임 전 회장이 전공의, 의대생과 갈등을 빚어오면서 내부 분열을 일으켜왔기 때문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과 신임 회장이 갈등을 봉합하고 정부에 한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을 거라는 점 때문이다.
먼저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의협을 이끌 비대위원장에는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등 4명의 후보자가 최종 등록했다.
다만 박단 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님을 추천한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젊은 의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공개 지지 선언을 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선 임현택 전 회장을 끌어내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면서 입김이 더욱 세진 박 위원장이 지지 선언을 한 데다 현직 교수라는 점에서 박형욱 교수의 당선 가능성을 다소 높이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출마의 변으로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되어야 한다"며 "선배 세대가 '라떼는'을 운운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열을 정비한 후에는 지금까지 의협에 협조적이지 않던 전공의, 의대생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이 무너지면 만사휴의"라면서도 "아군 간의 의사소통은 활발할 필요가 있다. 새로 선출되는 의협 지도부와의 협조 관계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목소리를 모으게 된다고 해도 요구는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단체는 일관되게 '2025년 정원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이에 협의체에 의료계 대표로 합류한 대한의학회와 KAMC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2025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번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등급 미달, 다른 의대 중복 합격 등으로 미충원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서 뽑지않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2025년 정원 조정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만한 타이밍이 지나버렸다. 수능을 당장 이번주에 치르는데 (의대 정원을 바꾸면) 전체 입시 판이 흔들린다"며 현실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교육계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추가 합격을 제한하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른 대학에 합격할 수도 있었던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불이익이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고, 특히 의대 지원자는 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입시 전문가는 "(모집요강을 바꿔) 수시 이월이나 추가 합격자 선발을 하지 않으면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수입이 줄고, 수험생이 줄소송을 할 위험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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