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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100일-⑤]"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라 영국인"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9-16 07:05 송고 | 2019-09-16 08:00 최종수정
편집자주 홍콩 시위대가 첫 시위를 벌인 날이 6월9일이다. 16일이면 홍콩 시위가 꼭 100일째를 맞는다. 홍콩 시위 100일을 맞아 시위 원인, 전개 과정, 향후 전망 등을 점검해 본다.
시위 첫날인 6월 9일 한 할머니가 빅토리아 공원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흔들고 있다. - SCMP 갈무리
시위 첫날인 6월 9일 한 할머니가 빅토리아 공원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흔들고 있다. - SCMP 갈무리

홍콩인들은 중국인일까? 영국인일까?

홍콩인들은 중국인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아편전쟁 이후 홍콩이 영국에 할양됨으로써 150년 동안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은 뒤 1997년 홍콩 반환으로 다시 중국인이 됐다.
근대에 들어 홍콩인들은 150년 동안 영국인으로 살다가 반환 이후 22년 동안 중국인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반송환법 시위로 반중 정서가 강해지면서 홍콩인들은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이라고 주장하며 영국에 영주권 발급을 요구하고 있다.

◇ 영국 영사관 몰려가 영주권 요구 : 특히 홍콩시민들은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에 몰려가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홍콩 시민 수백 명이 영국 영사관 앞에 몰려가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을 흔들며 영국 영주권을 발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홍콩인들이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앞으로 몰려가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용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홍콩인들이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앞으로 몰려가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용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은 미국의 월스트리터저널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인이 되기에는 너무 영국적”이라며 “영국이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영국과 같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를 지지하며, 영국 정부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우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인들은 시위와 별도로 온라인 서명을 통해 영국에 영주권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9만 명의 홍콩 시민이 영국의회 웹사이트에 이에 대한 청원을 했다. 10만 명이 넘으면 영국 의회는 문제의 청원을 정식으로 심사해야 한다.

영국에서도 홍콩인들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된다며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보리스 존슨 총리 딜레마 : 그러나 존슨 총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특히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탈EU)를 추구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존슨 총리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현재 홍콩 주민 약 17만 명이 BNO(British Nationals Overseas의 약자로, 해외 거주 영국인을 뜻한다)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새 이 여권을 갱신하려는 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영국 정부는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홍콩인들에게 BNO 여권을 발급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홍콩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반환 시점인 1997년 7월1일 이전 태어난 홍콩 주민들에게 BNO를 발급해 줬다.

이 여권을 소지하면 준영국인으로 간주돼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거주하거나 일할 권리는 없다. 반쪽짜리 영국 시민권인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 BNO를 발급받은 홍콩 시민은 340만여 명에 달한다. 발급 건수로만 보면 전체 홍콩 인구(740만여 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효한 BNO를 보유한 홍콩 시민은 17만 명에 불과하다. BNO는 10년마다 갱신해야 효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반환 초기만 하더라도 홍콩인들은 중국 정부가 발급하는 홍콩특별행정구(SAR) 여권과 함께 BNO 여권을 동시에 소지했다. 그러나 이후 BNO는 SAR 여권에 비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시 BNO보다 SAR 여권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SAR 여권을 소지하면 세계 각국에 있는 중국 공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최근 BNO 경신 건수 급증
: 하지만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간섭이 강화되자 2010년대 중반부터 BNO를 갱신하는 홍콩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니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한 해 평균 1만 건에도 미치지 못했던 BNO 갱신건수가 2015년엔 3만 건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유효한 BNO를 소지한 홍콩인은 약 17만 명 수준이다.

홍콩의 시위대는 BNO를 소지한 17만 명뿐만 아니라 영국 거주를 원하는 모든 홍콩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이 홍콩 반환 시 약속했던 고도의 자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국은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영국이 홍콩인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대학생들이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8일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대학생들이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미국 영사관에도 몰려가 개입 요구 : 홍콩 시위대는 이뿐 아니라 미국 영사관에도 몰려가 미국이 홍콩 사태에 개입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9월 8일 홍콩 시위대 수천 명은 미국 영사관으로 몰려 가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 국가를 제창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홍콩 사태에 개입해줄 것을 촉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패러디한 ‘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썼다.

'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청년 © 로이터=뉴스1
'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청년 © 로이터=뉴스1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 시민을 대신해 중국을 압박하고,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홍콩 시위대의 이같은 행동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륙의 중국인들을 적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반 백성들은 "홍콩인들의 조국이 중국이 아니라 영국 또는 미국인 것 같다"며 "인민군을 투입해 홍콩 시위를 하루빨리 진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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