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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100일-②] 인민군 투입 안하나 못하나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9-16 07:01 송고 | 2019-09-16 07:58 최종수정
편집자주 홍콩 시위대가 첫 시위를 벌인 날이 6월9일이다. 16일이면 홍콩 시위가 꼭 100일째를 맞는다. 홍콩 시위 100일을 맞아 시위 원인, 전개 과정, 향후 전망 등을 점검해 본다.

8월 12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시에 배치된 병력이 훈련을 받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8월 12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시에 배치된 병력이 훈련을 받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홍콩 시위와 관련,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중국 지도부가 인민해방군(이하 인민군)을 홍콩에 투입할 것이냐 마느냐 여부다.

◇ 인민군 투입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 : 베이징은 국제사회의 반발이 두려워 인민군을 홍콩에 투입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인민군 투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12일부터 준군사조직인 인민무장경찰이 홍콩의 인근인 선전에 주둔하고 있다. 여차하면 홍콩에 들어갈 태세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에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첫째, 올해는 천안문 30주년이다. 만약 베이징이 홍콩 시위 현장에 인민군을 투입, 시위를 진압한다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제2의 천안문 사건이 될 것이고, 홍콩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을 비롯한 전체주의 진영의 맞대결로 비화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이 시위 현장에 인민군을 투입한다면 미국은 홍콩 문제를 무역전쟁과 연계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위 초기 홍콩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들어 홍콩 문제를 무역전쟁과 연결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최근 "홍콩 사태도 미중 무역전쟁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며 홍콩에 대한 개입을 예고하고 있다.

하루빨리 무역전쟁을 끝내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당면 과제다. 중국 지도부가 무역전쟁 확전을 감수해가면서까지 홍콩의 시위를 강경 진압할 이유가 없다.

◇ 대만 때문에라도 인민군 투입 못할 것 :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이다. 중국 공산당의 마지막 과업이 대만을 흡수해 천하통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중국은 ‘일국양제’로 대만을 통일하려 하고 있다. 만약 베이징이 인민군을 홍콩 시위 현장에 투입한다면 이는 일국양제를 깨는 것이다. 베이징이 홍콩에 인민군을 투입해 시위를 진압한 뒤 대만과 일국양제로 통일하자고 한다면 대만인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원래 일국양제란 아이디어 자체도 홍콩이 아니라 대만을 겨냥한 것이었다. 일국양제는 1983년 처음 나왔다.

당시 덩샤오핑은 통일이 되도 대만은 향후 50년간 기존의 사회 및 경제 체제는 물론 군대까지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중국이 원하는 것은 나라 이름을 ‘중화민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꾸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UN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덩샤오핑 - 바이두 갈무리
UN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덩샤오핑 - 바이두 갈무리

홍콩 반환이 다가오자 1997년 홍콩에 일국양제를 먼저 적용했을 뿐 당초 일국양제는 대만 통일을 위한 것이었다. 결국 대만 때문에라도 인민군의 홍콩 투입은 힘들 것이다.

◇ 홍콩 민주화 대륙에 전염될 가능성 거의 없어 : 더 나아가 베이징이 인민군 투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홍콩의 민주화 열기가 대륙에 침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1989년 천안문사건 때 인민군을 투입, 시위를 진압했다. 시안(西安)에서 시위대가 성(省) 정부를 습격하고 법원에 방화하는 등 시위가 전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었다. 중공 중앙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베이징에 인민군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렇다면 홍콩을 보자.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대륙의 도시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륙의 라오바이싱(老百姓, 일반백성)들은 인민군을 조기 투입해 홍콩 시위를 빨리 진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했을 당시 환구시보 기자를 집단폭행하고, 수 명의 일반 중국인들에게 집단린치를 가하자 SNS상에서 이 같은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8월 12일 홍콩 공항에서 시위대에게 폭행당한 환구시보 기자 © AFP=뉴스1
8월 12일 홍콩 공항에서 시위대에게 폭행당한 환구시보 기자 © AFP=뉴스1

특히 홍콩 시위대가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과 미국 영사관에 몰려가 홍콩에 개입해달라고 요구하자 대륙의 중국인들은 “홍콩인의 조국은 미국인가. 아니면 영국인가”라며 흥분하고 있다.

홍콩인들이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앞으로 몰려가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용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홍콩인들이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앞으로 몰려가 홍콩인의 영국 영주를 허용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즉 홍콩의 시위가 다른 도시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홍콩은 전세계 자유진영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완벽하게 고립돼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인민군을 홍콩에 투입할 이유가 없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홍콩에 인민군을 투입하는 것은 서방제국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자충수라는 점이다. 베이징이 인민군을 홍콩에 투입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 자유진영은 일제히 베이징에 정치 경제적 제재를 가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의 공격만으로도 버겁다.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 제국이 일제히 중국에 경제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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